▲ 발리예바 침묵중계. 사진=ISU 피겨스케이팅 공식 SNS
[개근질닷컴] 미국 NBC 방송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해설진이 도핑 논란에 휩싸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를 침묵으로 중계를 대신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매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과거 올림픽 무대에 서기도 했던 타라 리핀스키와 조니 위어는 이날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의 해설을 맡았다.
이들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부터 NBC 해설을 맡아 쾌활한 어조로 선수의 연기를 설명하거나 피겨스케이팅계 내부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지만 이날 발리예바의 경기에서는 평소와 달리 거의 입을 떼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적인 분석이나 연기에 대한 언급 없이 점프와 관련해 두 차례 정도만 발언했다.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땄던 리핀스키는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난 뒤 “내가 말할 수 있는 느낌은 그게 올림픽에서 발리예바의 쇼트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라면서 “이 스케이팅을 봐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위어도 “(시청자가 보는) 올림픽에 그늘을 드리워져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리핀스키는 이날 발리예바가 몸을 푸는 장면을 보고 “지난주 발견된 (도핑 관련)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발리예바를 지금 올림픽에서 보는데, 이러한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위어는 “발리예바가 경기에 나설 수 없어야 하는 만큼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자 팬으로서 그의 연기를 해설해야 한다는 데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고 리핀스키도 이에 동의했다.
경기 후엔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가장 힘든 경기 방송이었다”고 토로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이날 한국 지상파 3사 해설진도 발리예바의 연기를 중계하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KBS와 SBS 해설진은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나고 주요 장면 영상이 재생될 때에서야 점프 실수 등에 대해서만 간략히 해설했고, MBC 해설진은 경기 중 대체로 침묵을 지키면서 기술을 간단히 설명했다.
이러한 ‘침묵 중계’는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발리예바가 경기에 출전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해석된다.
국가대표 출신인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많은 것을 책임지려면 출전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가장 화나는 부분은 이 선수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발리예바는 이날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해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획득했다. 15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올림픽 출전 허가 발표로 경기는 치를 수 있게 됐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가 메달 획득 시, 메달 시상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