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권성운 기자
[개근질닷컴] 20일 폐막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도핑’과 떼어서 생각하기 어려운 대회가 됐다.
이 대회 최고의 스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기간 내내 ‘도핑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금메달 유력 후보였던 발리예바는 도핑 논란으로 인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17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부진, 결국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약물 파문’으로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사건으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우승하고도 도핑 양성으로 메달이 박탈된 벤 존슨(캐나다) 사례가 있다.
특히 당시 칼 루이스(미국)와 ‘세기의 라이벌전’에서 의기양양하게 승리한 존슨이 다음날 도핑으로 추락한 모습은 너무나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동계올림픽에서도 도핑 논란은 끊임없이 반복됐다. 최초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50년 전인 1972년 삿포로 대회였다.
당시 서독의 아이스하키 선수 알로이스 슈뢰더가 흥분제의 일종인 에페드린이 검출돼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의 도핑 양성자가 됐다.
1976년 인스브루크 대회에서는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도핑에 따른 메달 박탈 사례가 나왔다. 크로스컨트리 여자 5㎞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낸 소련의 갈리나 쿨라코바가 역시 에페드린이 검출돼 실격됐다.
쿨라코바는 “코를 뚫어주는 스프레이를 뿌렸는데 거기에 그 성분이 들어있었다”고 항변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키연맹(FIS)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5㎞ 결과만 인정하지 않고, 남은 10㎞와 계주 경기에는 그의 출전을 허가했다.
이후 동계올림픽에서 도핑으로 큰 논란이 벌어진 대회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와 2014년 소치 올림픽이 거론된다.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는 양성 반응 10건, 메달 박탈 9건이 한꺼번에 발생했다. 메달 박탈은 1976년 쿨라코바 이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가 26년 만이었다.
특히 2002년 대회를 앞두고 금지약물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을 잡아낼 수 있는 기술적인 준비가 완료되면서 대거 적발이 이뤄졌다.
EPO는 혈액 내 산소 운반 능력을 높여 지구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약물이다.
당시 크로스컨트리에서 3관왕에 올랐던 요한 물레그(독일)는 이 약물로 금메달을 모두 박탈당했다.
2014년 소치에서는 개최국인 러시아가 국가적으로 도핑 조작을 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최악의 도핑 올림픽’으로 남았다. 양성 반응 55건, 메달 박탈 21건이 나왔다.
러시아의 도핑 조작으로 평생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선수들도 다수 발생했고,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징계를 받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지난해 도쿄하계올림픽,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국가 자격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평창에서는 도핑 양성 4건, 메달 박탈이 한 건 나왔다. 컬링 믹스 더블에서 동메달을 따낸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선수의 도핑 양성 반응으로 4위를 한 노르웨이가 동메달을 받았다.
이번 베이징에서는 18일 현재 도핑 양성 3건이 나왔고, 메달 박탈은 없다. 발리예바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전 샘플로 양성 판정을 받았기에 대회 기간 도핑 위반자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