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질닷컴] “보디빌딩은 오직 나와의 싸움이고, 고독한 운동이라서 더욱 좋습니다”
자신의 삶에는 오직 보디빌딩과 웨이트 트레이닝밖에 없다는 한 남자가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보디빌딩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향한 열정을 보여준 박명수다. 얼마 전 그는 2022 나바 AOC 대회에서 그랑프리를 달성하며 뜨거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보디빌더 박명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사진=개근질닷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보디빌딩을 사랑하는 남자 박명수입니다.
2022 나바 AOC에서 그랑프리를 달성했잖아요. 다시 한번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나바 AOC는 올 시즌 중 가장 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회였어요. 그런 대회에서 그랑프리라는 과분한 상을 받게 돼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작년 8월에 시작해 약 9개월 동안 다이어트를 진행했어요. 헤비급 체급을 유지하면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는데, 그 힘들었던 과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울컥했습니다.
이번 시즌, 스스로 만족하실 만한 기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이번 나바 AOC는 직전 무대보다 체중을 4~5kg 감량하고 출전하고 싶었는데, 2kg밖에 감량하지 못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무대였습니다. 모든 보디빌딩 선수들이 그렇겠지만, 본인 무대나 몸에 대해 완벽히 만족하는 선수는 없을 거예요. 저 또한 이번 무대가 그랬고요. 컨디셔닝이나 사이즈 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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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를 계기로 나바코리아와 연봉 계약을 하게 됐어요
사실 저는 그랑프리를 하면 연봉 계약을 하게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시상식 때 처음 알게 됐죠. 연봉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전달받지 못해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많이 놀라기도 했고,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보디빌딩을 하는 사람으로서 감회가 참 새로운 것 같아요.
메인대회로 나바AOC를 준비했다고 했는데, 다른 대회와 차이점을 두고 준비한 부분이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컨디셔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쪽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체중 제한이 없는 헤비급 종목을 준비하는 첫 해이기도 해서 나름대로 저만의 데이터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각 대회마다 다른 방식으로 준비를 해봤어요. 예를 들어 어떤 대회는 탄수화물을 많이 늘려보고, 어떤 대회는 많이 줄여보고. 수분 조절 같은 경우도 하루를 해본다든가, 이틀을 해본다든가 하는 방식으로요. 저만의 확실하고 체계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실험적으로 도전도 많이 했습니다.
컨디셔닝을 위한 본인의 운동 방식은 뭐가 있을까요?
근밀도나 근질, 근강도 이런 컨디셔닝 적인 부분은 철저하게 운동 강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헤비급이라도 운동 강도, 훈련의 강도가 높아야 합니다. 저 역시 고강도의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요. 횟수도 반복적으로 많이 하고, 중량도 그렇고. 고중량 고반복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운동한 것 같아요. 운동 양이나 강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운동하는 건 그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 사진=박명수 제공
식단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을 것 같아요
제한 체중이 있는 피지크나 스포츠모델 경기를 뛸 때보다는 식사나 음식 섭취에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예요. 하루 여섯 끼에서 많게는 일곱 끼까지 챙겨 먹었습니다. 흰 밥이나 고구마로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단백질 같은 경우도 소고기, 돼지고기, 닭가슴살, 생선 등 다양하게 진행했어요.
식단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과거에는 먹는 양도 많이 줄여야 했고 스트레스가 컸거든요. 현재는 그런 부분에 대한 압박감이 예전만큼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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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대를 본 지인들은 뭐라고 해주던가요?
그냥 뭐 '괜찮았다'. 저는 보통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냉정한 평가를 부탁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 (웃음)
이번 대회만큼은 칭찬을 듣고 싶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디빌더라는 직업은 정말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한 친구라고 해서 좋은 점만 말해주고, 칭찬만 듣게 된다면 선수로서 발전이 없거든요. 제 주변 지인들도 그렇게 평가를 많이 하는 편이고, 저도 그걸 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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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를 마치고 직후에 한 인터뷰에서 여자친구 언급을 가장 먼저 하셨어요
여자친구에게 참 고마운 게 많아요. 사실 여자친구는 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이 보디빌더를 만나면서 긴 시간 동안 맛있는 것도 잘 못 먹고, 놀러가지도 못하고.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자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단 도시락도 일일이 다 준비해주고 제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워요.
여자친구도 이번 나바 AOC 대회 때 유독 긴장이 많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속이 울렁거리고 두근거렸다고. (웃음) 제가 그랑프리를 하게 되니까 정말 많이 기뻐해줬습니다.
결혼 계획도 있나요?
함께 한 시간이 벌써 4년이 됐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 결혼을 하자, 그런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지금 여자친구와 꼭 결혼할 생각이예요. 저희에겐 그런 확고한 믿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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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 트레이닝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중고등학생 시절에 4년 정도 복싱을 했습니다. 복싱 선수로 활동하면서 웨이트를 하다 보니 재밌고 좋아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쭉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왔습니다. 가장 처음 운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그럴 거예요. 다른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게 싫더라고요. 내가 힘이 약하면 무시를 당하거나 안 좋은 일을 겪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10kg짜리 아령 하나 사서 혼자 그냥 막 했던 것 같아요. (웃음)
혹시 어린 시절 왜소했거나 괴롭힘을 당한 기억이 있는 건가요?
아니요. 저 소아 비만이었어요. (웃음) 그 당시에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내 자신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복싱도 시작하게 됐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보디빌더를 시작한 순간부터 헤비급이 목표였나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31살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도 차수로는 7년차 정도밖에 안됐고, 다른 여러 선수들보다 엄청 늦게 시작한 편입니다. 제가 헤비급 선수가 될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피지크 선수로 남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체급을 올려보겠다는 목표를 가져본 적은 없어요. 그냥 꾸준히 하다 보니까 지금의 체급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2019년도에 올림피아 아마추어 차이나 대회를 나간 적이 있어요.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다 보니 해외 각국에서 선수들이 출전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예선 탈락이라는 쓴 맛을 보게 됐습니다. 무대 뒤에 서 있는, 흔히 병풍이라고 하죠. 그날의 기억이 제가 이 악물고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사진=박명수 제공
순탄치 않은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체급을 올려오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나요?
헤비급 보디빌더가 되어야지, 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계속 몸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년 365일 식단을 안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매일 정해진 식단대로 알람 맞춰 놓고 먹고,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서도 먹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먹고 싶은 걸 참는 것도 굉장히 힘들지만, 반대로 계속 먹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현재의 체급에 만족 하시나요?
앞으로도 계속 더 커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림피아라는 무대에 오르는 것이 최종 목표인 보디빌딩 선수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그렇고요. 제가 이번 나바 AOC 대회 때 체중이 98kg 정도 나갔습니다. 그런데 해외 오픈 프로 선수들과 경쟁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체중이 못해도 110kg 이상은 돼야 하죠. 그래서 계속 증량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살아 생전에 올림피아라는 무대를 꼭 한 번 밟아보고 싶어요.
본인이 가진 강점과 약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굳이 강점을 뽑자면 몸 전면에 대한 볼륨감이 좋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점은 아무래도 수도 없이 많이 언급됐던 등일 수밖에 없죠.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렇게 약하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장난)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수준인가 봐요.
취약한 등 부분을 개선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쉽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구조적이나 기능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훈련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데드리프트나 바벨로우 이런 정해진 각도 외에 변칙적인 각도를 통해서 새로운 자극을 끌어낼 수 있도록. 그렇게 보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사진=박명수 제공
특전사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군대를 가게 된다면 조금 힘들고 빡센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HID라고 특수정보부사관이라는 곳에 최초 지원을 해서 갔어요. 당시 21살었는데, 어린 마음에 훈련이 힘들어서 퇴교를 했죠. 그 이후에는 또 UDU 해상북파공작원이라는 곳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정착하게 된 게 특전사였습니다. 특전사에서도 낙하산 훈련을 하다가 '나 UDT에 가야겠다!'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나이가 있어서 결국 도전은 못했지만요. (웃음)
제가 유별난 건 아니고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다들 그런 애국심이 있을 거예요. 태극기를 보면 그냥 뭉클해지는 그런 마음이 있죠.
특전사 시절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 말씀 좀 해주세요
특전사에 천리행군이라는 훈련이 있습니다. 한 달 동안 산 속에서 전술 훈련하고 400km를 행군하는 그런 훈련인데. 그 당시 막내였던 제가 운동이 너무 좋고 식단관리도 하고 싶어서 프로틴바를 챙겨갔어요.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요, 막내가 군장에다가 프로틴바 2박스를 챙겨왔다는 게. 그걸 고참한테 걸리고 행군 짐을 엄청나게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가 덜 힘든가 보구나' 하면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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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에서 보디빌더로 전향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시겠지만 군대라는 조직 자체가 폐쇄적이고, 상식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할 때가 많은 조직이잖아요. 상하 체계나 상명하복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를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중사라는 계급을 가지고는 절대 영관급 계급을 가진 사람들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결정적으로 전역을 마음먹었어요.
군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너무 좋아했어요. 부대 내부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운동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 당시 맨즈 피지크라는 종목이 새로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도전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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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더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절대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7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인내하는 걸 굉장히 많이 배웠습니다. 견뎌내고 참아내고 인내하는 거. 그런 부분들이 제가 지금 보디빌딩 선수 생활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보디빌딩을 하는 지금이 되게 행복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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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 선수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독특한 헤어 스타일이잖아요
머리를 계속 장발로 기르다가 자르려고 미용실에 갔었어요. 근데 미용실 선생님이 이왕 기른 거 새로운 스타일도 해보라고 제안해 주시더라고요. 추천해주신 스타일을 보는데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해보고 싶은 건 꼭 해봐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사실 이 머리를 한 후에 불편한 점도 많았어요. 잘 때도 불편하고, 대회 때도 머리를 풀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묶어서 올리자니 너무 크게 올라가고. 머리를 한 직후에는 마음에 들었는데, 집에 와서 눕는 순간 '뭐야 괜히 했나?' (웃음) 대회를 위해 일부러 한 건 아니었지만, 많은 분이 좋게 봐주시고 결론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다른 도전해보고 싶은 헤어 스타일이 있나요?
기를 만큼 길러서 해볼 건 다 해봤기 때문에 아예 민머리로 싹 다 밀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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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요?
진실된 사람이고 싶어요. 앞뒤가 다르지 않은 사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가능성이 있는 건 해보자고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진실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보디빌더로는요?
제가 여기서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열심히 해서 제 변화를 지켜보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사이즈가 더 커지게 된다면 거기에 맞춰서 다음 계획을 세우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아가는 선수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생의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꿈과 목표를 향해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게 운동이 됐든 뭐가 됐든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지점에 도착해 있을 테니까요. 절대 포기하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