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질닷컴] 40대 중반, 적지 않은 나이에 보디빌더로 무대에 오르는 한 남자. '2022 MUSA 상반기 파이널 대회'에서 2위를 기록한 김일환이다. 그는 무대가 끝나는 순간, 자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성적보다 대회 그 자체가 좋아서 무대에 오른다는 김일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사진=개근질닷컴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6년 머슬마니아, 2017년 피트니스스타에서 프로를 획득하고, 현재는 성남에서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일환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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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2 MUSA 상반기 파이널 대회에서 아쉽게 2위에 머물렀어요. 당시를 회상해보자면?
솔직히 하나도 아쉽지 않았어요. 당시 제 몸이 100%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비교심사를 받았던 임명하 선수가 몸이 너무 좋았고, 마지막에 제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다행히 임명하 선수가 최종 프로가 돼서 진심으로 축하해줬습니다. 될 사람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대회가 끝나고는 일단 회복하는데 집중했어요. 사실 회복이라기보다 많이 먹고, 마음 편히 쉬는 거였죠. 아무래도 센터를 운영하다 보니까 지금은 그쪽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 사진=김일환 제공
Q. 웨이트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제가 과거에 워낙 근육량이 적고 왜소한 아이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합기도나 격투기 등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도 체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스트레스를 계속 받다가 시작하게 된 게 웨이트였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근육을 제대로 키워보자’ 생각하고 헬스장을 찾아가게 된 거죠.
그렇게 웨이트를 하다 보니 주변에서 체형이 이쁘다는 말을 많이 해주기도 하고, 스스로도 사이즈를 계속 키워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이 조금씩 커지니까 자신감도 생기고, 사회생활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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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게 웨이트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 많은 대회에 출전해 오셨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나요?
트레이너를 시작하고 5년차까지는 대회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트레이닝 자체를 너무 좋아했으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만 잘 벌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일상이 조금씩 지루해지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발견한 게 머슬마니아 대회였어요. 당시에는 제가 트레이너 치고 몸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대회장에 가보니 몸 좋은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첫 대회는 그렇게 탈락했어요. 예선탈락^^
첫 대회 이후 바로 체급을 두 체급 정도 올리고 다음 대회에 출전했어요. 그리고 기어코 체급 1위를 해냈죠. 제가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거든요.(웃음)
공교롭게도 제 손에 처음 그랑프리를 쥐어 준 대회는 대한보디빌딩협회 대회였어요. 2016년에 있었던 ‘Mr.김포&휘트니스 선발대회’였는데, 아무래도 제 생에 첫 그랑프리였기 때문에 지금도 그때 그 시합이 잊히지 않아요.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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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랑프리까지 거머쥐면서 활약하던 대보협에서 사설로 전향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저는 애초에 대회를 뛰기 시작하면서부터 ‘머슬마니아’라는 단체의 프로가 되는 게 목표였죠. 미스터김포 대회를 뛰었던 건 당시 준비하던 머슬마니아 대회와 시기적으로 텀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운 좋게 미스터김포 대회에서도 그랑프리를 하게 돼 너무 감사했죠.
2016년에 목표했던 머슬마니아 프로를 따고, 그해 겨울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프로전까지 뛰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거였는데, 그러다 보니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그 시점부터 사단체가 많아지면서 대회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졌어요. 그러면서 자유롭게 그냥 원하는 대회를 나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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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보디빌딩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단 한 순간도. 솔직히 말하면 매번 즐겁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던 취미활동을 업으로 삼은 거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괴리가 있죠. 그래도 이게 제 장점이니까, 이 일이 아니면 저는 장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계속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또 행복해져 있고.(웃음)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이 선택을 한 게 후회스럽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다만, 제 나이가 아무래도 40대 중반이다 보니까 신진대사도 예전 같지 않고, 다이어트의 기간이나 강도도 잘 안 나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제가 원하는 만큼 몸도 만들어지지 않았고요. 무엇보다 센터도 함께 운영하다 보니 양쪽 모두에 집중하는 게 힘들어지더라고요. 요즘에는 정말 대회가 좋아서 나가는 거지, 예전만큼 치열하게 준비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이 제 정체기가 아닌가 싶어요.
Q. 그렇다면 정체기 극복은 어떤 식으로 하고 계신가요?
다행히 와이프가 선수 활동을 하고 있고, 식단을 타이트하게 잘 해요. 그런데 저는 식단이 가장 약하거든요.(웃음) 와이프랑 같이 생활하기도 하고 서로 귀감이 많이 되다 보니 하기 싫어도 와이프 따라서 같이 하게 되고, 또 용기도 많이 얻고 있어요.
지금처럼 저를 알아봐 주시고 찾아 주시는 일이나 대회에서 우승하고 얻어지는 베네핏들이 저에게 와 닿을 때면 항상 감사하다는 마음을 되새기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내가 이 운동을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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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피규어 강령은 선수와 부부인 걸로 알고 있어요. 부부빌더여서 좋은 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좋아하는 일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요. 같이 시합을 목표로 하다 보니 바라보는 꿈이 같다는 느낌도 너무 좋죠. 어떤 게 힘들고, 어떤 게 좋고 그런 걸 서로 잘 알잖아요. 서로 힘들 때 조언해주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되죠. 물론 예민해지기도 하지만, 시합이 끝나면 가족들끼리 시간 보내면서 또 다음을 생각하고, 기약하고. 삶의 질이 조금씩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와이프와 저는 연애하던 시절부터 운동으로 데이트를 해왔거든요.(웃음) 거창한 지도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피드백을 주면서도 싸운 적은 단 한번도 없었죠. 부부끼리 ‘운’자 들어가는 건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운전, 운동 이런 거.(웃음) 그런데 저희는 그런 일로 다툼이 오간 적은 없었거든요.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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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함께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부딪히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시합을 앞두고 서로 극과 극으로 예민해지면 대화 자체를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 시간이 그렇게 길진 않지만요.(웃음) 어쩌다 한 번씩 한쪽이 너무 예민해서 잘못하면 크게 부딪히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한쪽이 져주는 편이예요. 서로 너무 잘 알아서 그런지 그냥 서로 조금씩 배려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조금 걸리는 건, 와이프가 육아를 전적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같이 해야 하는데 다른 일들이 많다 보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죠. 일요일이나 휴일에는 아이와 함께 나가서 놀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요. 시합이 끝나면 함께 여행도 가고요. 시간이 날 때마다 잠깐이라도 아이와 놀아주려고 하는데, 그럴 때 가장 행복함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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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질문 분위기를 조금 바꿔볼게요. 평소 운동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운동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건 부상에 대한 부분이예요.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다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부상 방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부상을 줄이면서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작고 사소한 부분들을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스쿼트할 때 발바닥의 위치, 숄더프레스할 때 손바닥의 힘점과 손목의 각도 이런 것들이죠. 작은 것부터 꼼꼼하게 챙기기 시작하니까 부상도 많이 줄고, 근육의 자극도 훨씬 크다는 걸 느꼈어요. 저도 평소에 그렇게 운동을 하고, 운동 지도를 할 때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Q. 혹시 운동하면서 크게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던 건가요?
2~3년 전부터 어깨 통증이 느껴져서 병원을 간 적이 있어요. 제가 선천적으로 관절 사이가 좁다고 하더라고요. 근육이 커지면서 그 틈이 더 좁아지고, 마찰로 인한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거라고요. 해결 방법이 근육을 빼는 것 밖에 없다는데, 그럴 순 없잖아요. 치료 방법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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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까 잠깐 듣기로는 식단이 가장 어렵다고 하셨는데, 식단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세요?
비시즌에는 정말 많이 먹습니다.(웃음) 양을 많이 먹는 게 아니라 정크푸드라고 하잖아요, 그런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군것질을 많이 하는 편이예요. 밤이나 새벽에 입이 심심하니까 조금씩 까서 먹다 보면 끝도 없이 들어가죠. 다행히 체질적으로 지방 효율이 좋은 편이라 먹는 것에 비해 지방이 많이 불지는 않더라고요. 부모님께 감사한 일이죠.(웃음) 시즌, 비시즌 체중 편차가 적어서 다이어트 기간을 비교적 짧게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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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수로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면?
얼마 전에 나바코리아 대회에 갔다가 ‘클래식모델’ 경기를 직관하게 됐어요. 선수들이 단순히 투박한 근육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본인의 개성을 살려서 춤을 추는 듯한 포징을 선보이는 게 너무 멋있더라고요. 저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6년 상반기, 머슬마니아 대회를 준비하던 때부터 포징이 클래식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어요. 제 스스로도 그런 쪽으로 특화돼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아마 다음 대회를 뛰게 된다면 클래식모델로 준비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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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스타그램_중년청년 김일환?
제 나이가 40대 중반에 접어들었어요. 보디빌딩을 하면서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는 걸 스스로 받아들이게 됐죠. 사실 얼마 전 MUSA 파이널 무대에서도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제 한계를 스스로 느낀 것 같아요.
‘나는 이제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겠구나’ 인정하고 서서히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어요. 그러면서도 마음만은 청춘처럼, 20대처럼 살자는 생각에 ‘중년청년’이라고 이름 붙여봤습니다.
▲ 사진=김일환 제공
Q.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요?
우선 이렇게 저라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개근질닷컴>에 감사드리고요. 우리 와이프와 아들 예람이에게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제가 센터를 운영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지금까지 한결같이 믿고 따라준 직원들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예요. 앞으로도 끝까지 함께 열심히 해보자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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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요즘 트렌드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생활체육으로 많이 하는 분위기인데, 저는 운동은 무조건 추천하고 싶어요. 일단 저도 운동으로 인해 인생이 많이 바뀌었어요. 자신감도 많이 생기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게 됐죠. 운동을 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저는 누가 됐든, 시간이 있든 없든 운동은 꾸준히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