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개근질닷컴
“프로 중의 프로. 그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개근질닷컴] IFBB 프로카드를 얻기 위한 고된 여정 속의 한 남자. 프로카드를 코앞에 두고 벌써 3회째 낙방이라는 고배를 맛본 최진영이다. 그는 자신의 실력 부족임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을 과감하게 바꿨다. 오랜 시간 기다려 온 만큼 더 화려한 날개를 펼칠 최진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사진=최진영 제공
Q. 간단한 자기소개
‘왜 아직도 프로를 못 땄냐’며 많은 기대와 응원을 받고 있는데, 아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아마추어 보디빌더 최진영입니다. 반갑습니다.
Q. 그간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여느 때와 비슷하게 지내고 있어요. 사실 이제는 세 번째 미끄러지다 보니까 ‘운’이라는 생각도 별로 없고요. 실력 부족으로 인한 부진이라고 인정하고, 운동 방식에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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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지난 아마추어 올림피아 코리아에서 정말 아쉽게 2위에 머물렀죠. 당시를 회상해보자면요?
심사위원분들의 주관이 다 다르고, 이게 기록경기가 아니다 보니까 당시에 여러 의견이 많았어요.
경기를 되돌아보다 보니 라인업 자세를 잡았을 때, 가슴이나 어깨를 펼치는 부분에서 많이 밀리더라고요. 사실 요즘 심사 트렌드가 실루엣 쪽으로 많이 기울었고, 제가 패배한 이유도 대세의 흐름에 제 몸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뭐 안 아쉽다면 거짓말이죠.(웃음)
Q. 앞서 잠시 언급해 주셨듯이, 매번 코앞에서 낙방하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보이셨어요. 그럴 때마다 어떤 심정이세요?
안 아쉽다면 거짓말이고요.(웃음) 사실 제 목표는 IFBB 프로보다 한 단계 더 위에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주제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프로카드는 그냥 제가 생각하는 목표에 비하면 사실 거쳐 가는 관문일 뿐이라서 조금 더 아쉬운 것 같아요. 경기 직후에 바로 오는 아쉬움보다 ‘내가 생각한 목표로 가는 과정일 뿐인데, 이것조차 해내지 못했구나’라는 그런 자책 때문에 더 힘든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아쉬움은 뒤로 하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 생각하고 있어요. 헤드저지 분들에게 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운동 방식을 확실하게 바꾸고, 그냥 내일 있을 운동이나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에요. 저번 아마추어 일본 대회도 그런 생각으로 다녀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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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진영 선수가 프로카드를 언제 딸 수 있을까’라는 기대도 많은 게 사실이죠. 여기에서 오는 압박감이나 부담감은 없나요?
압박감은 오히려 처음 프로퀄리파이어 대회를 준비할 때가 더 컸던 것 같아요. 요즘은 그때보다 덜 하거나 감정이 조금 왔다 갔다 해요.(웃음) 냉정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는데, 막상 무대 끝나고 내려오면 짜증 반, 아쉬움 반, 인정 반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Q. 과거에는 대보협 산하 대회를 뛰었어요. IFBB 프로 쪽으로 전향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학생부 때부터 대보협 대회를 뛰었는데, 대보협 같은 경우는 전국체전 실업팀이라는 메리트가 있어서 예전에는 그걸 목표로 운동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 실업팀 소속이 돼서 돈을 벌기가 힘든 상황이잖아요. 그냥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생각해봤을 때, 돈이 나오질 않으니까 굳이 그쪽보다는 사설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거죠. 사설 대회 중에서도 그나마 정통에 가까운 경기가 IFBB 라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하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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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벌써 10년째 보디빌딩을 하고 계시죠. 혹시 너무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요?
가끔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니고 예전 일인데, 제가 체고 출신이기도 하고 주변에 운동하는 친구들이 엄청 많아요. 유전자 자체가 타고난 친구들도 있고, 몸 좋은 친구들이 너무 많았죠. 보디빌딩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제가 그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몸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안 좋은 경우가 있었어요. 사실 운동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제가 들인 노력들이 빛을 발하기 전이잖아요. 그런데도 그런 타고난 친구들을 보면서 속앓이했던 기억이 있어요.
경력이 쌓이고, 투자했던 시간들이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런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경기에서 낙방하고 와서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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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진영 선수가 생각하는 보디빌딩의 매력은 뭘까요?
“하는 만큼 나온다”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이런 건 우리가 노력한 거랑 비례해서 결과가 나오진 않잖아요. 근데 보디빌딩 같은 경우에는 내가 투자한 노력과 자본, 시간 등 여러 가지가 아우러졌을 때 그만큼 효과를 보는 것 같아요. 만약에 ‘나는 내가 한 만큼 안 나오는데’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유전적인 부분을 탓하기보다 뭐가 부족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면 답이 나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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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진영 선수의 레슨도 인기가 상당한 걸로 알고 있어요. 대회 준비와 겸하기 어렵진 않나요?
사실 보디빌딩만으로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경기 막바지에 1~2주 남았을 때는 레슨을 조금 빼긴 하는데, 그래도 10개 내외 정도는 하고 있어요.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레슨을 마구잡이로 빼는 분들을 많이 보기도 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제가 보디빌딩을 할 수 있게 금전적으로 도와주고 계신 분들은 회원님들이거든요. 아무리 경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절대 운동이나 대회 준비가 일보다 우선일 순 없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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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의 최진영을 만들어 준 원동력이 있다면요?
원동력… 진지하거나 거창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왔잖아요. 이만큼 해 온 걸 지금 와서 그만두고 싶지는 않고요.(웃음) 사실 매번 노력했다고는 하는데, 경기가 끝나든 어떤 일정이 끝나든 성취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이 운동을 못 놓는 것 같아요.
Q. 보디빌더 최진영의 최종 목표는 뭘까요?
단순히 IFBB 프로를 목표로 하는 건 아니고요. 목표라는 게 원래 뭔가 보여주기 전에 말하면 그냥 소설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굳이 한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프로 중의 프로’. 그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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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저는 그냥 제 운동을 하고, 제 밥벌이를 하는 것뿐인데 늘 기대해주시는 팬분들이라고 해야 하나요?(웃음) 제가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께 가장 감사하고요.
뭔가를 하다 보면 항상 좋은 말만 들을 수는 없잖아요. 저도 댓글을 보면 비난이 아니라 비판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너 어디가 약하다’, ‘너 어디가 글러 먹었다’. 저는 그런 분들께 오히려 더 감사한 것 같아요. 대회 준비를 하는 데 제 지인들이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저를 질타하고 비판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제가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지 않나 싶어요. 비꼬는 게 절대 아니고요. 나중에 제가 잘 되면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