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질닷컴] 보디빌딩계의 뜨거운 감자인 도핑 문제가 다시 한번 불거졌다.
▲사진=운동의모든것(MUSA&WNGP) 공식 홈페이지 캡쳐
지난 6월 22일(목), MUSA&WNGP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 도핑 관련 공지가 게재됐다. 공지 내용은 ‘2023 WNGP 충남’ 대회 도핑 적발 선수의 명단 공개와 출전 자격 박탈에 관한 건이었다.
도핑이 적발된 선수는 총 2명으로, 2023 WNGP 충남 대회 남자 스포츠모델 그랑프리 우승자와 비키니 그랑프리 우승자다.
보디빌딩계의 약물 문제는 하루 이틀 된 사안은 아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발간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 금지 약물 위반의 총횟수는 264건이었으며, 그중 보디빌딩 종목이 157건(59%)으로 가장 많았다.
▲사진=운동의모든것, 본문과 무관
현재 보디빌딩계에는 약물 복용 선수, 즉 로이더와 내추럴 선수의 경쟁이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 그 때문에 내추럴 선수들은 내추럴 대회에, 내추럴이 아닌 선수들은 경기력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각종 사설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하는 형국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내추럴 대회에 이미 로이더가 만연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약물 반감기를 계산해 도핑 검사를 통과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약물을 복용하면서도 도핑 테스트를 교묘히 피해 활동하는 선수를 일명 페이크 네티(Fake Natty)라고 부른다.
개근질닷컴은 이번 사태를 좀 더 들여다보기 위해 석현 WNGP 총대회장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석 대표와 일문일답.
▲사진=개근질닷컴, 석현 MUSA&WNGP 총대회장
2023 WNGP 충남 대회에서 도핑 선수가 적발됐다.
“WNGP KOREA에서도 이번 도핑 적발 이슈에 대해 굉장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도핑이 적발된 해당 선수들은 각종 여론과 헬스 관련 커뮤니티에서 비난과 질타를 받았고, 대회 당일 아쉽게 2위를 했던 많은 선수가 본사로 연락해 억울함을 표현했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속이며 내추럴 대회에 출전하는 행위는 많은 선수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피트니스 시장의 분위기를 흐린다고 생각한다.
‘운동의모든것’은 내추럴과 비내추럴을 구분 짓기보다는 도핑 검사를 하는 WNGP, 하지 않는 MUSA 이렇게 구분해 두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즐길 수 있는 대회를 잘 선택해 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올해부터 와다(WADA) 소변 도핑 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핑 검사가 진행되는 건가?
“우선 대회 당일 검사 대상자는 채취 시료를 ‘운동의모든것’에게 제공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한다. 그 후 도핑 감독관 감시하에 선수가 직접 시료 컵을 개봉해 시료를 채취한다. 시료는 A 시료, B 시료로 나눈 후 병에 각각 담아 밀봉한다. A 시료는 검사용이고 B 시료는 재검사용으로 냉동 후 보관된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은 한 달 정도이며, 도핑 테스트 시료들은 담당자가 직접 수송하고 있다.”
도핑 검사 비용은 어떻게 처리되나?
“도핑 검사 비용은 주최 단체에서 모두 부담한다. 단, 양성반응이 나온 선수가 재검사를 요청할 경우에는 선수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재검사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었나?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도핑이 적발되면 재검사하겠냐고 주최 측에서 다시 묻는데, 결과가 짐작되는지 대부분 하지 않는다.”
▲사진=개근질닷컴
WNGP 김포 대회부터는 도핑 적발 시 실명을 공개한다고 강경한 수를 두었다.
“내추럴 대회의 제일 중요한 요소는 주최 단체의 신뢰도라고 생각한다. 최근 타 내추럴 단체에 대한 제보를 많이 받았다. 도핑 검사를 하지 않는다던지, 하긴 했지만 어떤 경로로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 수 없다던지, 약물 사용하는 선수를 목격했는데 도핑 테스트에는 걸리지 않았다던지 등의 제보를 많이 받았다.
WNGP단체도 그런 루머에 휩싸여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게 싫었다. 그래서 도핑 적발 공지 문화를 만들어 페이크 네티(Fake Natty) 선수에게 경각심을 주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도핑에 적발되는 선수도 문제지만 도핑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타 내추럴 단체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도핑 적발된 선수 중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상황과 별개로, 만약 실제로 치료용 처방 약에 도핑 성분이 있었다면 그 경우는 어떻게 처리되는 건가?
“치료 목적 사용 면책의 경우 사전에 신청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안내한다. 그 내용은 홈페이지에도 공지돼 있다. 담당의 이름과 도장이 있는 소견서에 어떠한 이유로 약을 복용 중인지에 대한 내용이 정확히 기재돼 있어야 한다. 소견서를 제출하면 담당자가 병원에 직접 연락해 치료 중인 사실을 확인 후 면책 요청을 승인하고 있다.
실제로 충북 대회 때 유방암 치료 중인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의 도핑 검사 결과에서 타목시펜 성분이 발견되었지만 사전 신청 후 승인이 된 상태라 통과 처리됐다.”
▲사진=개근질닷컴, 석현 MUSA&WNGP 총대회장
도핑 검사에 걸리지 않는 시기(반감기, 휴지기)에 맞춰 출전하는 선수(페이크 네티, 하프 네티 등)도 많다고 들었다. 그에 대한 소견 부탁한다.
“사실 약물 주기를 계산해서 출전하는 경우 현대 도핑 테스트 기술로는 모두 적발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에 약물을 사용했거나 현재도 사용 중인데 검사 시기를 피해서 출전하는 분들은 저희 단체에서 정중히 사양하겠다.
최근 하프 네티, 페이크 네티 선수들 때문에 내추럴 대회가 이슈화되고 있다. 위와 같은 선수들이 내추럴 대회에서 입상하면 대회 의미가 퇴색되어 결과적으로 피트니스 대회를 보는 시선 또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한다. 운동이 취미인 일반인들도 많이 출전하는 내추럴 대회인만큼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WNGP KOREA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정하고 깨끗한 내추럴 피트니스 대회를 만들어가겠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