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진호 제공
[개근질닷컴] 2023년도 벌써 하반기를 맞이하며 굵직한 대회들을 지나왔다. 그중 가장 중요한 대회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2023 미스터코리아가 아닐까 싶다.
194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75회째를 맞는 미스터코리아 대회는 한국보디빌딩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대표 보디빌더를 의미하는 미스터코리아 타이틀은 수많은 이들의 꿈이다. 그 자리는 당해년도의 우승자만 차지할 수 있기에 더욱 영광스럽다. 그리고 2023 미스터코리아의 주인공은 바로 김진호였다.
김진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전국체전과 미스터코리아 무대를 보면서 보디빌더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 결실이 20년 가까이 지나 이뤄진 것이다. 그간 보디빌더 김진호가 빚은 시간은 어떠했을까. 개근질닷컴은 그 대답을 듣기 위해 김진호를 만나보았다. 다음은 김진호와 일문일답.
▲사진=개근질닷컴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광명시 체육회 소속, 2023년 미스터코리아 김진호라고 합니다.
Q. 2023 미스터코리아를 다시 떠올려 본다면 어떠세요?
준비는 열심히 했지만 제가 대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운도 많이 따라줬던 것 같고요. 그래도 굉장히 기쁘긴 기쁩니다. 축하를 많이 받았고 기분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Q. 거의 16년 넘게 보디빌딩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처음 헬스장 간 건 고등학생 때였어요. 당시 헬스장에 외국 보디빌더가 나오는 머슬 앤 피트니스 같은 잡지들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었어요. 그 책을 몇 권씩 빌려서 집에서 종일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책을 보면서 보디빌더를 동경하기 시작했고 20살 때부터 제대로 훈련을 시작했어요. 그 당시 다음 카페 같은 곳에 미스터 코리아나 전국체전 대회 사진들이 올라왔어요. 그 밖에 훈련 영상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그걸 따라 하면서 점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디빌딩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사진=김진호 제공, 왼쪽부터 김진호, 박인정
Q.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됐던 요인을 꼽는다면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유전적인 부분이에요. 저희 아버지가 육상 선수 출신이에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운동 신경이 타고났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릴 때 저도 육상을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버지가 너무 힘들게 운동하셨다 보니 그 진로를 굉장히 반대하셨죠. 육상 선수는 그만두게 됐지만 그 피가 어디 가진 않았어요. 다시 보디빌딩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레벨까지는 혼자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유전적인 부분이 있었고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두 번째는 박인정 스승님이에요. 제가 혼자 운동할 때는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을 믿고 했어요. 그런데 미스터코리아가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하는 어떤 벽 같은 것이 있었어요. 자신의 감과 눈만 믿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걸 느끼고 작년 5월에 2009년 미스터코리아 박인정 선수를 찾아갔어요. 그분은 보디빌딩 분야에서 탑 커리어를 가졌으니까요. 제가 놓친 부분을 봐주셨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저를 좀 더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박인정 선수에게 받은 중요한 가르침이 있었나요?
특정 부분보다는 전반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보디빌딩이라는 운동이 훈련 외에도 영양이나 휴식 등 중요한 부분이 많잖아요. 식단을 어떻게 철저히 지켜야 하는지, 포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합장에서의 노하우 등 여러 부분에서 코칭을 받았어요.
▲사진=개근질닷컴, 2022 Mr.YMCA 경기
Q. 기존 지식과 다른 부분이 많았나요?
오히려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운이 참 좋았던 게 스승님과 제가 체질적으로 비슷했어요. 그래서 수분 조절이라든지 스킨 상태와 관련된 작업을 거의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준비해서 작년에 미스터코리아, YMCA를 뛰었는데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Q. 작년까지 라이트헤비급으로 출전하시다가 올해부터는 헤비급으로 출전하셨어요.
헤비급에서 더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제가 작년에 전국 체전에서 4위를 했어요. 계속 메달을 잡다가 그때 메달을 처음으로 못 잡았어요. 저는 라이트헤비급에서 키가 좀 큰 편이에요. 그래서 볼륨보다는 다이어트 상태를 좋게 해서 성적을 받는 선수였어요. 그런데 작년에도 다이어트 상태는 나쁘지 않았는데 기대한 만큼 성적이 안 나왔어요.
이럴 거면 체급을 올려서 부딪혀 보자고 생각했어요. 제가 체급을 올리면 다른 선수들이 저랑 키가 비슷하거나 저보다 크거나 하니까요. 같은 근육량일 때 더 꽉 찬 느낌도 있을 거고 제 장점 중 하나인 근질도 더 돋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을 잘 어필해서 심사위원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사진=개근질닷컴, 2023 미스터코리아 경기
Q. 체급 변경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박인정 스승님과 시즌을 같이 보내면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 육상을 해서 굉장히 마른 체질이었어요. 유산소성 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초등학교 3학년부터 복근이 계속 있었어요. 거의 없어진 적이 없어요. 그만큼 지방이 잘 안 붙는 체질이에요.
다르게 말하면 보통 사람보다 칼로리를 빨리 소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거죠. 그래서 이번에 헤비급 준비를 시작하면서 음식 섭취량을 많이 늘렸어요. 훈련도 그에 따라서 더 강하게 하려고 노력했고요. 그렇게 스승님의 피드백을 계속 들으면서 시즌을 준비했어요. 그게 굉장히 컸던 것 같습니다. 사실 비시즌을 그렇게 보냈기 때문에 헤비급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사진=개근질닷컴
Q. 하반기에는 전국체전이 있어요. 이 대회도 보디빌딩을 시작할 때 정한 목표인가요?
네 사실 저희 아버지가 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예요. 그래서 저희 집안 운동선수의 기준은 체전 금메달이거든요. 제가 아직 거기까진 못 밟아봤어요. 최고 기록이 은메달이에요. 그래서 항상 제가 원했고 도전했던 게 전국 체전 금메달이에요. 이번에도 도전할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아니에요. 저는 선수일 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매번 도전자의 입장으로 시합에 임하고 있습니다.
Q. 사설대회에 나갈 계획은 없나요?
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저는 전국체전과 미스터코리아 무대를 보고 나서 이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 초심을 계속 지키고 싶어요. 물론 사설 대회에도 다른 의미와 영광이 있죠. 하지만 저에게 의미가 있는 건 처음 보고 동경했던 무대들, 즉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의 대회예요. 그게 아니면 저에게는 의미가 없어요. 물론 같이 가다가 다른 길로 가는 분들도 있지만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그냥 제 길을 가는 겁니다.
▲사진=개근질닷컴
Q. 보디빌더로서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요?
힘든 순간이 몇 번 있었지만 계속 넘어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시합 준비는 매번 힘들지만 그래도 하나씩 넘을 때마다 점점 적응하고 있어요. 그리고 운동이나 보디빌딩 라이프 외적인 영역에서도 힘든 부분이 생길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런 환경을 잘 세팅하려고 해요. 그게 정말 중요해 보이더라고요. 주변 선배님들을 볼 때 가정을 잘 이루면서 운동을 계속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존경스럽고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이 운동을 하는 것도 결국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배우자와 아이들이 잘 서포트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Q. 미스터코리아 대회가 끝나고 가족사진 찍으신 것도 보기 좋았어요.
저는 모든 시합을 가족과 같이하려고 해요. 시합에 가족을 딱히 안 부르고 혼자 나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가족들, 특히 자녀들을 꼭 데리고 와요. 제가 1등 할 수도 있고, 3 등할 수도 있고, 순위 안에 메달을 못 딸 수도 있잖아요. 그때 제가 보이는 반응과 저의 태도들을 자녀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자녀들이 보고 있어서 저도 1등 했을 때 자만하지 않고, 아쉬운 순위를 받았을 때 낙담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자녀들은 대회 후에 제가 또 시합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볼 수 있잖아요. 그런 교육적인 목적도 크죠. 이런 걸 직접 느꼈으면 해요. 제 자녀들이 나중에 무언가를 도전할 때 도움이 됐으면 해서요.
▲사진=개근질닷컴
Q.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런 순간이 많이 있는데, 그래도 꼽자면 최근 미스터코리아 대상 받았을 때요. 주변 지인분들도 많이 기뻐해 주고 가족도 기뻐해서요.
Q. 나중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저는 운동을 제 만족감에 하는 거예요. 그냥 제가 즐겁고 재밌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거 별로 신경 써본 적이 없습니다. 이상한 답변인가요?(웃음)
▲사진=개근질닷컴
Q. 개근질닷컴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보디빌딩에 있어서 선수건 일반인이건 주변 환경부터 만드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운동하는 것도 좋지만 신경 써야 할 게 운동뿐만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하나씩 주변 환경을 만들어 가다 보면 좋은 발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주변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면요.
감사 인사드리고 싶은 분은 굉장히 많죠. 그런데 누구를 말하고 누구를 말 안 하면 좀 그럴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제 주변에 다 감사해요. 그리고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가장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