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4년 만에 정식 종목 귀환
ㆍ굳건함 알린 엘리트 보디빌딩
ㆍ도핑 근절이 지상 과제
▲사진=개근질닷컴
[개근질닷컴] 엘리트 보디빌딩이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난 주말, 전남 담양문화회관에 엘리트 보디빌더들이 집결했다.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보디빌딩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국내 보디빌딩 역사에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4년 만에 치르는 정식 종목 경기여서다.
▲사진=개근질닷컴, 2019년 제100회 전국체전 보디빌딩 경기
2019년, 보디빌딩은 전국체전 시범 종목으로 강등된 바 있다. 1991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 29년 만에 시범 종목으로 내려간 것이다. 사유는 대규모 도핑 적발이었다. 대한체육회는 다수의 도핑이 적발된 2017년 당시 전국체전위원회를 통해 대한보디빌딩협회에 시범 종목 전환을 경고했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18년 전국체전에서 15명의 도핑 적발자가 나오면서 보디빌딩은 2019년부터 시범 종목으로 강등됐다.
2019년에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는 100년의 상징성을 기리는 특별한 회차다. 하지만 보디빌딩은 오히려 시범 종목으로 강등되면서 스포츠맨십이 퇴색되는 행보를 보였다. 더불어 실업팀이 해체되며 선수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전국체전에서 성적을 내야 실업팀과 계약이 이루어지는데 시범 종목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개근질닷컴, 2022년 제103회 전국체전 보디빌딩 경기
이후 4년간 대한보디빌딩협회와 선수들은 스포츠맨십을 회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2019년 전국체전에서는 도핑 적발자가 나오지 않았고, 2020년에는 KADA 도핑 적발자가 4명으로 줄었다. 매해 두 자릿수를 넘겼던 지난 도핑 적발 회수와 비교하면 확실한 자성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또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도핑 방지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올해 정식 종목 복귀 소식을 알린 보디빌딩 경기는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생계나 커리어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엘리트 보디빌더들의 주목도가 높았다. 이를 증명하듯 남경윤, 황진욱, 박경모 등 레전드 보디빌더들도 출전 소식을 알리며 이번 전국체전이 성대한 축제의 장이 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또 한번 도핑 문제가 불거지진 않을지 우려가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사진=개근질닷컴, 제104회 전국체전 보디빌딩 경기
현장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관객석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으며, 총 146명의 선수들은 무대를 가득 채웠다. 더불어 오랜 구력의 보디빌더들은 물론 신예들까지 갈고 닦은 기량으로 무대를 수놓으며 엘리트 보디빌딩의 건재함을 알렸다.
▲사진=개근질닷컴, 왼쪽부터 정한표, 정국현, 박승찬
일반부 플라이급(-60kg)에서는 오랜만에 복귀한 정국현이 플라이급 터줏대감 정한표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정국현은 플라이급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볼륨감을 내비쳤다. 특히 백 더블 바이셉스 포즈에서 꽉 찬 등근육을 선보여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사진=개근질닷컴, 오치광 선수(왼쪽에서 두 번째)
밴텀급(-65kg)에서는 오치광이 박경모를 1점 차로 따돌리고 2연패를 달성했다. 오치광은 강력한 근질과 삼각근을 뽐내며 지난해에 이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우형 역시 훌륭한 경기력을 보이며 수많은 박수를 받았다.
▲사진=개근질닷컴, 왼쪽부터 강우석, 설기관, 김용규
설기관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라이트급(-70kg)을 석권했다. 올해 미스터코리아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강우석 역시 좋은 경기를 펼치며 맞섰지만 설기관의 아성을 넘진 못했다.
▲사진=개근질닷컴, 남경윤 선수
웰터급(-75kg)에서는 남경윤과 이신재가 다시 한번 맞붙었다. 남경윤은 파괴적인 볼륨과 근질로 좌중을 압도하는 무대를 펼치며 전국체전 11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22 미스터코리아 이신재 역시 높은 수준의 경기력으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개근질닷컴, 왼쪽부터 백재욱, 류제형, 박주영
라이트미들급(-80kg)은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다. 이번 대회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했으며, 그중 류제형, 백재욱 등 쟁쟁한 선수들이 우승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접전을 벌인 탓에 부득이하게 시상식이 지연되기도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류제형이 우승자로 호명되며 라이트미들급 2연패를 달성했다. 이어 지난해 4위에 그쳤던 백재욱이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사진=개근질닷컴, 왼쪽부터 황진욱, 이근영 김형택
미들급(-85kg)에서는 최근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이근영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근영은 작년 체전에서 라이트헤비급(-90kg)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작년 미들급 우승자였던 황진욱은 3점 차로 2위를 차지했다.
▲사진=개근질닷컴, 왼쪽부터 김민준, 송기석, 박종민
라이트헤비급(-90kg)에서는 송기석이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아쉽게 우승을 놓쳤던 김민준은 올해도 한 끗 차로 우승을 놓쳐 아쉬움을 삼켰다.
▲사진=개근질닷컴, 왼쪽부터 김진호, 서교
헤비급(+90kg)에서는 최근 출중한 기량을 보이고 있는 세 선수가 맞붙었다. 2023 미스터코리아 김진호, 2023 미스터 YMCA 이재천, 지난해 헤비급 우승자 서교가 각축을 벌였다. 1위부터 3위까지 4점 차 밖에 나지 않은 박빙의 승부 끝에, 서교가 금메달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종합 우승의 몫은 서울특별시에게 돌아갔다. 서울특별시는 서교, 이신재, 백재욱 등 쟁쟁한 선수들이 선전하며 7,367점 중 1,000점을 획득했다. 이어 870점을 획득한 대전시가 2위, 782점을 얻은 광주시가 3위에 올랐다.
▲사진=개근질닷컴
가히 성공적인 대회였다. 이번 전국체전은 최근 몇 년간 열린 엘리트 보디빌딩 경기 중 주목도가 가장 높았으며, 선수들은 화려한 경기력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특히 레전드 보디빌더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 바로 도핑과의 전쟁이다. 올해 KADA 도핑 제재를 받은 9명 중 6명은 보디빌더다.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뤘지만 추후 도핑 문제가 불거진다면 엘리트 보디빌딩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은 자명하다.
▲사진=개근질닷컴
엘리트 보디빌딩은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선 셈이다. 이번 전국체전 보디빌딩 경기에는 선수와 관계자들 말고도 수많은 일반인 관객들이 있었다. 보디빌딩 팬층이 두터워짐에 따라 경기 뷰어십 역시 대폭 상승했다. 경기를 보면서 환호하는 관객의 밝은 표정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