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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mp] ‘세계 정복’ 배철형 “롤모델은 참 벅찬 일”①

등록일 2019.01.15 18:38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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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일영 기자

[개근질닷컴] 훤칠한 키, 시원시원하게 잘생긴 얼굴 탓에 오해했다.

소위 좀 노는 선수인가 하고. 아니었다. 인터뷰 내내 ‘참 바르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또 처음엔 ‘타고났다’ 싶었다. 큰 키며, 체형까지. 알고 보니 타고 난 건 ‘살이 잘 안 찌는 체질’ 밖에 없었다. 치열하게 노력했고, 그 덕에 한 단계씩 꿈의 무대를 향했다.

이젠? 대한민국 선수 가운데 최초로 세계 무대에서 피지크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바로 피지크 국가대표 배철형(그린핏)의 이야기다.

배철형, 세계를 정복하고 돌아오다
 

▲ 배철형은 피지크월드컵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사진=이일영 기자

배철형은 2018년 11월 9일부터 12일까지 스페인 알리칸테에서 열린 제72회 세계남자보디빌딩&제13회 세계남자클래식&제1회 세계남자피지크 선수권대회에서 피지크 종목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 가운데 역대 최초로 세계 피지크 무대에서 얻어낸 메달. 선천적인 체격 조건에 밀려 넘기 힘든 벽처럼 느껴졌던 피지크 종목 불가능의 한계를 깼기에 기쁨은 두 배였다. 색깔은 ‘은’이었지만 정말 ‘금’보다 더 귀한 메달이었다.

챔피언도 피할 수 없는 자기소개 시간이다

(밝게 웃으며) 피지크 국가대표로 2018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를 갔다 온 배철형입니다. 이번에 한국인 최초로 피지크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가슴 벅찬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은메달을 따고 포효했던 순간의 기분이 어땠는지 다시 떠올려본다면

2018년 아시아선수권은 경험했지만, 세계선수권은 이번 스페인 대회가 첫 경험이었다. 세계선수권은 그 자체로 의미가 상당하지 않나. 긴장이 많이 됐다. 우선 이번엔 '경험을 하고 오자'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등수가 불리는 과정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순위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더라.

?

6등, 5등, 4등 이렇게 다가오니까.

안 불려서 혹시나?

(웃으며) 그렇다. 딱 그 기분이었다. 4등에 이어서 3등까지 내 이름이 안 불리는데 순간 '금메달 아니면, 은메달이겠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 은메달로 발표되는 순간 정말 기뻐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또 앞에 스승인 정병선 감독(클래식보디빌딩)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기뻐하고 환호하는 모습이 보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게 됐다.


▲ 은메달 직후 감격에 찬 배철형. 사진=대한보디빌딩협회

무릎을 꿇고 환호하는 장면이 그런 과정인진 몰랐다

(부끄러워하며) 일부러 연출한 장면이 아니라, 정말 온 몸에 힘이 빠질 정도로 감격적이라 나도 모르게 나온 장면이다.

대표팀 선수단 모두 제 일처럼 기뻐하더라

피지크에서 메달이 나올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또 한국에서 나온 피지크세계 무대 첫 메달이 은메달이어서 다들 정말 좋아했다. 마치 금메달을 딴 것처럼 기뻐했기에 나 역시 가슴 벅차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제1회 피지크 월드컵 격인 대회라 경쟁이 더 치열했을 것 같다

이번에 1위를 했던 선수는 이란 출신으로 2018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도 피지크 금메달을 땄다. 그런 선수를 또 마주치게 됐으니 내심 긴장이 많이 됐다. 그 외 선수들 기량도 정말 훌륭해서 함께 세계 무대에서 겨룬다는 것만으로도 참 영광이었다.

이란 등 중앙아시아 선수들의 선천적인 체격 조건은 참 탁월하다

확실히 그 선수들은 기본 체형이 좋다 보니 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준비하는 순간부터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 분명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여유가 있더라. 그건 정말 본받아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8년 몽골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이번 은메달의 시금석이 됐을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며) 당시가 생애 첫 국제무대였는데 동메달을 땄다. 그 경험이 세계대회에선 정말 큰 도움이 되더라. 예상지도 못 하게 수상을 하면서 '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정병선 감독께서 의지를 북돋워 줬고, 많은 조언을 해줘서 국제 대회 출전 준비가 잘 됐다.

봄에 열린 아시아선수권과 가을에 열린 세계선수권까지 치러 2018 시즌이 굉장히 길었는데

사실은 그것도 우여곡절이 있다. 지난해 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갔다 오고 나서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 자체에 고민이 많았다.

왜였나?

세계 대회는 평소 대회 출전 체중을 많이 증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떨어진 아쉬움이 너무 컸었기에 '올해 한 번 더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출전 생각을 굳혔다.

그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긴 시즌 목표의식이 마모되지 않게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나

계속 훈련만 하면 자칫 무료하거나 의미 없이 체중 조절을 하게 될 수 있다. '내가 뭘 하고 있지?' 싶은거다. 그래서 중간에 경기도지사배와 성남시장배대회 등에 출전했다. 거기서 그랑프리를 하면서 자신감도 얻고, 컨디션도 확인하면서 대회 전까지 꾸준히 버틸 힘까지 얻었다.


▲ 2018 경기도지사배 대회에 출전한 배철형. 사진=이일영 기자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선수기에 일절 약물 도움 없이 준비를 했을 텐데

당연하다. 우리 팀 그린핏 선수들은 절대 약물에 손 대지 않고 좋은 영양만 섭취한다. 대신 더 많이 노력해서 운동한다. 물론 먹고 싶은 것도 많았고, 때론 쉬고 싶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노력의 결과로 무대에서 받을 보상을 생각했다.

?

큰 무대에서 수상했을 때 ‘이뤄냈다’는 그 쾌감과 뿌듯함, 그 감동을 경험해서 알았기 때문에 더 정직하게 열심히 훈련하면서 그 시간을 견뎌냈다.

군대스리가 약골, 세계 챔프 왕좌에 오르다


▲ 피지크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한 배철형. 사진=대한보디빌딩협회
 
선수 생활을 시작한 계기는 뭐였나

최초로 운동을 시작한 건 군대에서였는데. 그땐 비쩍 말랐었다. 지금은 비시즌 185cm에 93kg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몇 kg이었길래

그땐 65kg이었고, 2013년 전역 할 땐 72kg 정도였다. 사실…제일 처음엔 축구 때문에 한 거다.

축구?

군대에서 하는 축구가 원래 격렬하지 않나(웃음). 체중이 적게 나가니까 몸 싸움에서 자꾸 밀리는 거다. 그게 싫어서 시작했던 운동인데 전역 이후 완전히 매료됐다. 점점 몸이 좋아지고 신체가 바뀌는 모습을 보니 빠져들게 되더라.

배철형은 “정직하고 바른 태도로 발전하면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이 정도면 첫인상의 오해는 내 눈을 탓 해야 겠다. 

배철형은 ‘진짜 사나이’였다.

한창 청춘의 피 끓는 나이에 운동 말고 다른 걸 하고 싶은 욕구가 들진 않았나

뭔가 내가 변하는 모습을 통해 나, 가족, 주위 사람들이 희망을 갖는 것. ‘저 배철형이란 사람처럼 열심히 하면, 저만큼 노력 하면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목표를 이룰 수 있겠구나’란 말을 주위에서 하는 게 내겐 더 강한 성취 동기가 됐다. 나 자신이 누군가의 모티베이션(motivation)이 되고 본보기가 된다는 게 참 가슴 벅찬 일이더라. 그 때문에 조금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다.

세계선수권 이후 우연히 아버지이자 장년부 선수인 배종길 씨를 만났다. 아들의 메달 획득을 굉장히 뿌듯해하더라.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나.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래도 이 운동 자체가 자신이 해보지 않으면 100% 알긴 어렵다. 내가 이 운동을 한 이후 아버지가 상당히 영향을 받았다. 처음엔 ‘한 번 해볼까’란 생각으로 하셨는데 점점 몸이 좋아지는 걸 보고 자연스레 경기를 권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선수로 경험이 쌓이다 보니 그 고충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덕분에 서로 많이 의지가 됐고 도움이 많이 됐다. 아버지께서 참 많이 격려하고 응원해줬다.


▲장년부 선수이자 배철형의 부친인 배종길 선수. 사진=백승준 기자

집안에 선수가 2명이라 겪은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식사다.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많이 미안했던 게 우리 식단 조절 때문에 같이 외식을 쉽게 가지 못하는 거 였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양념이 많이 들어있지 않은 소고기, 생선 요리 등을 함께 먹긴 했다. 대회를 3~4주 정도 앞두곤 완전히 식사를 따로 하곤 했지만(웃음). 그런 점이 미안했다.

배철형의 아버지 배종길은 2017, 2018년 장년부와 마스터즈 대회를 휩쓸었다. ‘그 아들에 그 아버지’라고 불러야 할까?

세계선수권 이후 만난 배종길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들에게 참 감사하고 고맙다”며 “나 역시 이 운동을 해봐서 얼마나 힘든 줄 잘 안다. 참 멋있고 대단한 아들”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국가대표로 세계무대에 나가 국위 선양을 하고 돌아온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그러나 아들자랑을 미처 시작하기도 전에 기쁨을 억누르며 “함께 출전한 선수들과 같이 큰 사고 없이 잘 돌아와줘서 기쁘다”며 “정병선 감독님과 그린핏 팀원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라고 동료들과 도움 준 이에게 그 공부터 돌렸다.

그 인성이 어디서 왔나 했더니. 역시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맞겠다.

식단 관리 어려움은 없나

다행히 식탐이 없어서 음식 때문에 고통을 엄청 많이 받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체중이 잘 빠지는 편이다.

그린핏 팀의 스타일이 조금 특이하다. 머신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게 눈에 띈다

그린핏에 합류하기 전 운동을 했던 곳도 현재 정병선 감독님의 제자였던 분이 운영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쭉 바벨과 덤벨을 이용한 프리웨이트 위주로 운동을 했다. 대회를 앞둔 직전에만 머신을 약간 이용하는 수준?

프리웨이트의 장점은 뭔가

근육 가운데 근육간 연결근을 발달 시키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근력과 파워를 키우는 부분에서 장점이 많다. 약물 도움 없이 내츄럴로 운동하는 선수라면 ‘머신 보단 프리웨이트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감독님 견해도 마찬가지다.

고립의 효율성은 프리웨이트와 머신 운동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높은가

내가 현재 중량을 잘 다룰 수 있다면 프리웨이트가 정말 괜찮은 운동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와 우리 팀은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스쿼트는 절대 꼭 빼놓지 않고 하는 편이다.


▲배철형의 소속팀인 그린핏 선수들의 모습. 그린핏은 내추럴로 정직하고 올곧은 노력을 추구한다. 사진=이일영 기자
 
그 세 가진 3대 중량 운동이자 ‘웨이트 트레이닝의 왕’이란 평가를 듣는 운동인데, 특히 추천하고 싶은 게 있다면

개인적으론 데드리프트를 통해 정말 큰 효과를 봤다. 몸의 사이즈가 눈에 띄게 커지는 걸 많이 느꼈다. 추상적인 표현일 순 있겠지만 과거엔 몸의 전체 두께감이 떨어지고 얇은 편이었다. 그런데 데드리프트를 강조하는 운동 방법을 포함한 정병선 감독의 지도를 받고 나서 두께감은 물론 근육의 분리도까지 상당히 좋아졌다.

균형미를 갖춘 동시에 데피니션과 세퍼레이션도 상당히 좋다는 게 당신의 장점이다

데피니션의 경우는 다이어트가 잘 되는 편이라 조금 자신이 있는 편이다. 체질적으로 컷팅이 잘되기에 아무래도 쉬운 면이 있다.

다음 이야기는 [The Champ] 배철형 인터뷰 2편에서 이어집니다.

김원익 기자(one.2@foodnamoo.com)
 
개근질닷컴 (one.2@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19-01-15 18: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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