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강연가·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태는 '건강한 육체와 정신'의 가치를 강조했다. 사진=스튜디오 U
[개근질닷컴]
'뇌섹남'은 '뇌가 섹시한 남자'란 뜻의 신조어로 국어사전에선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킨다'라고 설명한다.
기자는 운동선수 가운데서도 이런 '뇌섹남'들을 자주 목격했다. 올 시즌 스포츠모델과 피지크 종목에서 훌륭한 성적을 낸 김성태도 그런 '뇌섹남' 가운데 한 명이다.
<기적의 50일>이란 책을 집필한 작가로, 강연가로, 정상급 선수로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뇌섹+보디빌더' 김성태를 <개근질닷컴>이 만났다.
독서와 기록, 정상급 선수이자 강연가 김성태를 만든 힘
▲ 김성태는 외면이 강건한 운동선수가 더욱 더 내면의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스튜디오 U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운동을 좋아하다가 직장에 들어가면서 운동과 이별했다. 그러다 지금은 운동을 시작하면서 직장과 이별했다(웃음). 현재는 작가이자 건강, 취업, 신입생 등 분야의 강연가로 활동하며 대회 출전을 병행하고 있다.
Q. 운동선수와 강연가, 언뜻 생각하면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 운동 선수에 대한 편견이 많은 것 같다. 나는 항상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독서'라고 이야기한다.
Q. 그 이유가 뭔가
내면과 외면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외적인 건강에만 포커스를 두면 한번 슬럼프에 빠졌을 때 회복이 되질 않더라.
그만큼 난 운동선수의 내면 성장이 외형의 발달 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스스로 그걸 보여주고 싶어서 나만의 방법으로 대회를 준비하며, 쉬지 않고 많은 경기를 뛰기도 했다.
Q. 올해 대회 성적이 어떻게 되나
총 4번 그랑프리를 했고 체급 1위를 18번 했다.
Q. 대단한 성적이다. 대회 준비 과정 혹은 평소 운동 때 다른 선수와 차별점이 있나
꼼꼼하게 기록을 많이 하는 편이다. 600일(약 640일)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매일 나의 블로그에 식단과 대회 준비 과정, 몸에 대해서 올리고 있다. 실제 날짜를 계산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900일이 훌쩍 넘을거다.
Q. 900일?
날짜 계산을 시작한 이후엔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다. 하루 식단, 경기 전 체중, 운동량, 방법을 모두 올려 이용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처음엔 성적이 좋은 선수가 아니었기에 그걸 접한 이들이 쉽게 나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Q. 어떤 얘기 말인가
요즘 강연을 하면서 매번 정답은 '꾸준함'이라고 얘기한다. 바로 그런 이야기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많은 것을 기록했고, 대회에 출전하면서 성과로 보여줬기에 요즘엔 많은 분이 찾고, 질문도 많이 하는 편이다. 계속 '나만의 길'을 걷다보니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대체로 요즘엔 포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이다.
Q. 그런데?
'어디서 배웠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사실 '100% 독학'이다(웃음). 직접 경기에 뛰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었다. '경기를 많이 뛰어보라'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늘 추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Q. 음
포징을 완성하기 가장 좋은 기회가 바로 무대다. 출전한 모든 대회 영상을 꾸준히 다시 본다. 거기서 어색했던 것을 다음 대회를 앞두고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그렇게 끊임없는 수정 과정을 거치면 결국엔 포즈가 바뀌고, 얼굴 표정이 바뀐다. 그 과정을 통해 '선수로서 완성도가 점차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근질만큼 포징도 정말 중요하다.
▲사진=스튜디오 U
Q. 무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조급하면 심판위원들의 시선이 나를 쫓아올 수 없다. 무대에서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처음엔 나도 안됐지만(웃음).
Q. 말이야 쉽지만,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먹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거기다 오후 늦게 그랑프리 결정전을 치를 땐 정말 힘들지 않나
(다시 웃으며) 힘들죠.
Q. 그땐 거의 탈진할 수준일텐데
이젠 그 정도는 아니다. 노하우가 없었을 땐 나 역시 48시간, 길게는 72시간까지 수분조절을 해봤다. 그런데 요즘엔 20시간 정도만 관리를 하는 편이다. '단수 보단 다이어트가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정통 보디빌딩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피트니스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라면 '수분조절에선 조금 더 여유를 가져도 된다'는 게 내 입장이다. 물론 각자 방법은 다르겠지만 단기적인 수분조절보단 장기적인 컨디셔닝이 우선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김성태 "판정이나 순위보단 '완벽한 무대'에 초점을 둔다."
▲사진=스튜디오 U
Q. 정확하게 올해 출전한 대회가 얼마나 되나
총 27개 대회에 출전했다
Q. (입을 벌리고) 정말 대단하다
처음 했던 얘기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나만의 다이어트 방법, 운동 방법, 내면의 중요성에 관해서 얘기해도 결국엔 '너 혼자 떠들어라'로 비칠 수밖에 없더라. 눈에 보이는 것으로 증명된 것이 없으니까. 꾸준한 대회 출전은 나를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또 그래서 <기적의 50일>이란 책도 썼다.
Q. 책?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 자료, 연구 결과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에 책을 썼다.
대회출전도 마찬가지 접근이었다. 올해 3월 30일 첫 경기부터 7개월 이상 대회에 출전하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비결과 노하우, 그리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어떤 방식으로 몸을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Q. 멘탈트레이닝은 전 세계 모든 스포츠 종목의 화두다
보디빌딩과 피트니스도 마찬가지다. 대회를 한 번 뛰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이 다 힘들어진다. 나 역시 익숙하게 겪어봤던 일이다(웃음). 그만큼 스트레스가 심하고 힘든 운동이다.
하지만 미래에 만약 내가 누군가를 지도하게 된다면 반드시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건강한 내면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Q. 조금은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해묵은 논란인 판정 공정성에 대한 잡음이 올해도 끊이질 않았다
(신중하게) 이야기하기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선수 입장에선 자신의 결과이기에 판정에 대해 객관성을 가지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분명 아쉬운 판정은 존재한다. 결과가 납득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Q. 왜인가
각자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사견이란 점을 고려하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우선 심판위원들이 단지 선수들의 몸과 포징만을 보고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도 함께 보며 심사한다. 최대한 공정하려 해도 인지와 인식이란 게 있을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100% 공정한 심사라는 건 애초에 한계가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도하다.
그렇기에 대회 출전에서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을 판정이나 순위에 두기보단 '나의 경기력에 얼마나 만족했느냐를 우선순위로 두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다른 선수들 역시 많이 하는 얘기다.
▲사진=스튜디오 U
Q. 과정과 결과의 공정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정당한 경쟁'이란 스포츠의 기본 가치를 수호하는 일이다. 또 구성원에 대한 존중에서도 중요하다. 선수 입장에서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쉽게 언급하기엔 역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너무 많은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선수 입장에서 성적은 '받는 것이지 고르는 것'이 아니지 않나.
최고의 무대를 펼치고 내려오는 것에만 신경을 쓰기로 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 판정에 대한 불만이 자칫 정신적인 부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Q. 완벽하고 공정한 저울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가 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란 말이 안타깝게 들린다
개인적으로 포징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드웨어적인 조건이 무대에 오르기 전 정해진다면 선수로서 경기력을 더 보여줄 수 있는 것이 포징이라고 생각한다. 매 경기 '경기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말자'란 각오로 무대에 오른다.
Q. '자신의 것'을 찾기 위한 투쟁의 측면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환경 개선을 위해서 현재 대한민국에선 보디빌딩&피트니스 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이나,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제한적이란 게 가장 비극적인 일일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하지만 현재 한국 보디빌딩&피트니스계가 정말 많이 변화하고 있고, 내년엔 더 많이 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쉬움도 있지만, 대한민국 피트니스계와 피트니스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더 크다.
<[The Champ] '뇌섹빌더' 김성태, "왜 즐겁게 운동할 수 없을까요?"②> 에서 이어집니다.
김원익 기자(one.2@foodnam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