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년 만에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윤재군은 참았던 뜨거운 눈물을 마음껏 흘렸다. 한국 보디빌딩의 산 증인이자 가장 성실한 선배로 선수들에게 존경 받는 윤재군이었기에 많은 이들은 아낌없는 축하와 경의의 박수를 보냈다. 사진=박준혁 PD
[개근질닷컴] 윤재군(인천시설관리공단)은 그간 ‘무관의 제왕’이라고 불렸다.
21년간 전국체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메달을 쓸어 담았지만, 유독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관’이지만 한국 보디빌딩의 ‘산 증인이자, 역사’로 불렸던 그다. 강산이 두 번은 바뀌었을 시간에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보디빌딩계를 지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됐다.
그리고 윤재군은 10월 13일 전북 익산시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전 보디빌딩 라이트(-70kg) 체급에서 생애 첫 전국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선 시상대 맨 위. 윤재군은 결국, 그 수많은 순간을 떠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무관의 제왕’ 윤재군 “21년 만의 금메달이라”
▲ 윤재군은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2018 전국체전 라이트급 경기서 개인 포징을 하고 잇는 윤재군. 사진=이일영 PD
Q.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지난해는 피치 못하게 라이트급에서 1kg 정도 체중이 넘어서 월체를 했어요. 웰터급(-75kg)에서 뛰는 바람에 성적이 좋지 않았죠. (활짝 웃으며) 그런데 올해는 1등을 해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네요.
전국체전을 1998년부터 나와서 20년(실제론 21년)을 뛰면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거라 제겐 의미가 더 깊네요. 그런데 더 의미가 깊은 것은.
Q. ?
저 자신의 자랑스러움보다도 인천에서 정말 오랜만에 보디빌딩 금메달이 나온 것이라 그 부분에서 기쁨이 큽니다.
Q. 다른 수많은 메달을 땄던 선수였기에 그만큼 전국체전 금메달에 대한 간절함도 더 컸을 것 같습니다
전국체전이 끝날 때마다 늘 아쉬운 마음이 있고, 정말(말을 잇지 못하고) 음….(참아보려 애쓰다 결국 얼굴을 돌리고 눈물)
Q. 아….
(잠시 후 마음을 추슬러 밝게 웃으며) 그 설움을 한 번에 씻어낸 것 같아요.
Q. 지난해도 원치 않게 월체 하면서 1년간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듯한데요
원래 근육량이 많은 편이라 70kg까지 감량하는 게 무리긴 해요. 그러다 보니 지난해는 월체를 하게 됐는데, 올해는 상완 이두근이 끊어져서 강한 강도로 운동을 못 했어요. 그러다 보니 근육량도 자연스럽게 줄었겠죠. 아무래도 그 덕분에 체급을 맞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웃음).
꾸준함과 성실함, 윤재군이 보디빌딩계에서 존경받는 이유
▲ 코치 아카데미 교수로 재직 하고 있는 윤재군은 개인 선수 생활과 후진 양성을 병행하고 있다. 윤재군은 그런 원동력에 대해 '꾸준함'과 '성실함'을 최고의 자산으로 꼽았다. 사진=이일영 PD
Q. 후진 양성 등 여러 역할을 맡고 있어 운동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바쁜 와중에 틈틈이 운동합니다. 시간이 많으면 전 오히려 게을러져서 운동이 더 잘 안 되더라고요. 바쁜 와중에 시간을 꼭 만들어서 ‘내가 지금 아니면 절대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집중력·정신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시간이 많아야 운동한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Q. 네
저는 일상생활에서 해요. 예를 들어서, 걸어서 출·퇴근하면서 각 15분씩 총 30분을 유산소 운동 시간으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항상 틈틈이 하는 편이에요.
Q. 지난해와 비교해서 근질이 좋아진 게 느껴지는데 운동방법을 특별히 바꾼 게 있나요
그런 건 따로 없어요. 대신 ‘단순하게 꾸준하게’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운동은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웃으며) 비결은 없어요. 운동하는 방법을 달리하지도 않고요. 그러나 운동 시간 만큼은 정말 고립을 잘해서 꾸준하게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요.
Q. 그러면?
정말 얇은 종이 한 장이 내 몸에 쌓이듯 차곡차곡 근질이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지금도 여전히 좋아지고 있다고 느껴진다니까요. 이 나이(43세)에도요.
Q. 수십년간 꾸준히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원동력이요? 따로 없어요. 정말 시즌이나 비시즌 가리지 않고 늘 항상 열심히 했던 게 절 이 자리로 이끈 것 같습니다.
Q. 고마웠던 분들에게 마음 전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인천시설관리공단 감독님, 코치아카데미 창용찬 원장님, 그리고 저의 뒷바라지를 하는 와이프에게 감사합니다. (웃으며) 와이프가 그중에서 최고로 감사합니다.
Q. (웃으며) 성함도 함께 말씀하시죠
오선정. 제 아내 오선정 씨도 국가대표를 했었거든요(다시 미소). 그리고 같이 운동하고 있는 동료분들 모두와 협회 많은 분께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Q. 끝으로 다음 목표 밝히고 인터뷰를 마칩니다
아마 세계 남자보디빌딩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것 같아요. 지난해는 아쉽게 2위를 했었거든요. 경기는 열심히 해 봐야겠지만 선수라면 목표는 당연히 1등이 아닐까요.
(당당하게) 올해 세계선수권대회는 꼭 1등 하고 오겠습니다!
김원익 기자 (one.2@foodnam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