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남양주 보디빌딩대회 그랑프리에 오른 이진호(김포시체육회)는 불과 2년만에 챔피언이 됐다. 사진=이일영 PD
[개근질닷컴]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
운동을 망설이는 당신. 바쁜 일상을 핑계로 매번 계획을 미루는 너와 나.
흔히 볼 수 있는 주변의 모습이다. 굳이 주위를 둘러보지 않아도 샤워 후 거울에서 보는 내 자태(?)가 바로 그 표본.
거울을 보니 멋져 보이는 것도 잠깐뿐인 착각으로 끝난다. 늘어난 피부, 두툼해진 허리, 뱃살을 꼬집어 가며 음주와 야식에 빠졌던 지난 밤을 반성해 본들 무엇하나.
눈이 의심스러운 체중계 숫자는 도통 줄어들 기미가 없다.
조각 같은 '몸짱'의 몸을 보고 동경하거나, 혹은 질투에 빠지는 것도 이젠 지친다.
그런 한심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 넣을 이가 있다.
바로 평범한 '보통남'에서 불과 2년만에 그랑프리에 오른 이진호가 그 주인공이다.
'보통남' 이진호, 2년만에 그랑프리 정상을 밟다.
▲ 어딜 봐서 이 몸이 2년차인가! 이진호는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차근차근 무대를 준비했고, 결국 트로피를 들었다. 사진=이일영 PD
Q. 개근질닷컴 독자에게 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포시체육회에 소속 돼 있는 이진호라고 합니다. 2018년 제1회 남양주 보디빌딩대회 그랑프리입니다.
Q. 또 어떤 경력이 있나
경력? 특별한 건 없다. 경기를 뛰기 시작한 건 2년차인 햇병아리 선수다. 지난해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예선 탈락을 했고, 전반기 고양시 대회는 입상을 했다.
이번 남양주 대회에서 정말 좋은 성적을 받아서 놀랍고 매우 기쁘다.
Q. 운동 시작 2년만에, 그리고 대회 출전 삼수만에 그랑프리라니 대단하다
물론 내 노력에 지분이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도움 준 분들의 공이 크다. 절대 나 혼자 가져 온 상이 아니다. 박기덕 선배, 송기석 선수, 김지훈 선수가 많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Q. 과거에 따로 운동을 했었나
학생 때는 취미로 헬스클럽을 다녔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약 10년간 운동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러다 문득 운동이 너무 그리워졌고, 2년 전 박기덕 선배에게 찾아갔다. 그렇게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도 지도를 받고 있다.
좋은 가르침을 받은 덕분에 빠르게 기량이 늘게 된 것 같다. 다시 한 번 도움 주신 많은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길래
통신업이나 온라인 판매와 같은 직종에서 근무를 했고, 지금도 직장을 다니고 있다. 운동 할 시간 내는 게 쉽진 않다.
Q. 그런 환경에서 기량이 훌쩍 성장한 비결이 뭔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라서, 사실 나 역시 정확한 답변을 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보디빌딩을 정말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Q. 음.
나보다 높은 클래스의 선수들을 그저 쫓아가고 싶었다. 아니 그저 그 선수들의 흉내라도 내고 싶어서 열심히 했던 덕분에 이런 자리에 오르게 된 것 같다.
이진호 "열정과 집중, 그것이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 보디빌딩을 향한 열정과 동경, 그리고 무한한 애정은 이진호가 빠른 시간 왕좌에 오른 원동력이다. 사진=이일영 PD
Q.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운동 하는지 궁금하다.
직장을 다니니까 하루에 2~3번씩 운동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는다. 다행히 오후에 출근 할 수 있어서 오전에는 여유가 조금 있는 편이다. 그때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를 매우 집중해서 한다.
Q. 그럼 하루 5~6시간 씩 운동 하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시간 자체는 길지 않은 편이다.
물리적으로 긴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려운 대신에, 한 번 할 때 굉장히 집중해서 강한 강도로 했다. 오전 시간을 놓치면 그 날 다음 기회란 게 없으니 매일 안 빠지고 꾸준히 하는 것에도 중점을 뒀다.
Q. 남들과는 다른 질인가
그렇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최대한 집중하고, 운동에 몰두했다.
Q.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 치곤 무대에서도 안정적이던데. 혹시 타고난 강심장?
(웃으며)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으로 했다. 사실 더 솔직한 마음은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거였는데(웃음). 그정도로 '무조건 되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
비교심사 명단이 좁혀지면서 콜이 불릴 때마다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사실 비밀이지만 경기 중에 나는 나만 보고 있었다.
Q. ?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나부터 잘 하자'는 생각으로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있는 힘껏 (근육을) 짜봤다.
Q. 들어보니 운동과 일뿐인 일상이 아닌가.
평일 오전에 운동을 하고 오후엔 늦게까지 일을 하는데, 밤에 잠깐씩 여자친구와 만나서 데이트를 한다. 주말이라도 최대한 여자친구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지만.
Q. 했지만?
시즌 준비가 길어지면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늘 배려해 준 여자친구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 시즌 오프를 하면 남은 올해는 여자친구,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 Yes, We Can! 사진=이일영 PD
Q. 다음 계획을 듣고 싶다
올해까지 도대회에서 체급 1위를 더 해보고 싶다. 그 다음으로 내년엔 도민체전에서 입상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또 한 번 시작해 볼 생각이다.
올해도 올해였지만 내년 내 모습에 기대가 더 크다.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다. 부상을 조심하고 준비를 잘 해서. 3년차 시즌에는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Q. 한 단계씩 목표를 높여가는 건가.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선 지금 준비 과정, 그 자체가 정말 재밌다.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큰 즐거움과 행복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선수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고, 언젠가는 그 동등한 위치에서 어깨선을 한 번 맞춰보는 게 가장 큰 목표다.
Q. 운동과 떨어져 있었던 '보통남'이 2년만에 그랑프리가 됐다. 개근질닷컴 독자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을까.
난 지난해만 하더라도 보디빌딩 대회를 한 번 경험해봤지만, 다이어트 방법조차 모르는 초보자였다. 하지만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1년만에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고, 확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바뀌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면, 정말 우리는 할 수 있다.
김원익 기자(one.2@foodnam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