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만에 그랑프리에 오른 방승휘의 미소는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사진=이일영 PD
[개근질닷컴] “2007년 처음 섰던 대회에서 11년 만에 그랑프리가 됐습니다.”
‘무관의 제왕’이었던 방승휘는 9월 15일 열렸던 ‘제29회 서울특별시장배 보디빌딩대회’에서 그랑프리에 올랐다.
푸릇푸릇한 대학생 시절 처음으로 출전했던 서울특별시장배. 먼 길을 돌아왔지만 결국엔 목표에 도달했다.
그 동안 강산이 훌쩍 변했고, 청년 방승휘도 어엿한 PT 스튜디오의 대표가 됐다. 하지만 보디빌딩과 첫사랑에 빠졌던 방승휘의 얼굴은, 그 열정만큼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이력을 쓴다면,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수많은 대회에 출전했던 지난 11년. 그랑프리는 멀었지만 수많은 입상 기록, 그 이상의 값진 경험들이 쌓였다.
그리고 그 노력은 결국 그랑프리란 빛으로 돌아왔다.
방승휘, “2007년 처음 섰던 대회에서 첫 그랑프리 돼서 더 기쁘다.”
▲ 2007년 대학생으로 처음 출전했었던 서울특별시장배 대회에서 11년만에 챔피언에 오른 방승휘. 사진=이일영 PD
첫 우승인가
처음이다. 트로피 들기 전까지 전혀 상상을 못 했다. 사실 다른 분이 우승할 거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겐 감격스러운 이유가 또 있다.
?
선수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게 이 대회였다.
그게 언제였나
2007년 제18회 서울특별시장배 보디빌딩 대회였는데, 비록 장소는 다른 곳이었지만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대회에서 11년 만에 생애 첫 그랑프리에 올라, 감회가 더 새롭다.
말대로 무려 11년 만에 그랑프리가 됐다
그러게 말이다. 그 사이 대회는 여러 차례 나왔다. 꽤 많이(웃음). 그런데 이 트로피를 들기까지 조금 오래 걸린 것 같다(웃음).
‘꿈 많았던 청년’ 방승휘, 대표가 되기까지 흘린 ‘땀’
▲ 인고의 세월은 결실로 나타났다. 사진=이일영 PD
보디빌딩엔 어떻게 빠지게 됐는지 궁금하다
대학생 때 트레이너를 하려고 처음 이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보디빌딩 잡지를 접하게 됐다. 거기서 한눈에 매료가 돼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그렇다.
그럼, 첫사랑에 빠진 이후 정말 아주 긴 시간이 흘렀는데(웃음),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
(쑥스럽게 웃으며) 글쎄? 말 그대로 사랑 때문인 것 같다.
사랑?
이 운동은 한 번 시작 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건 말로 설명하긴 힘든 것 같다.
또 지금 내가 대표로 있는 PT 스튜디오 머슬팜짐 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싶어, 대회에 계속 출전하고 있다.
목표를 성취하고, 이뤄가는 과정이 회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겠다
그랬으면 한다. 그런 모습이 회원들에게도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 또 대회 출전은 회원들을 더 잘 지도하려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째서인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운동해보고, 체중 감량도 시도해보는 것들을 연구 결과처럼 데이터로 적립시키고 있다. 우선 내 몸을 통해 운동부터 식단 조절까지 다양한 방법을 직접 시도해보는 편이다.
요즘 트레이너들은 이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물론이다. 그런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우선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는 편이다.
또 최근엔 유튜브, 인터넷, 미디어 등을 통해서도 공부를 꾸준히 많이 하고 있다. 개근질닷컴에서도 살다시피 한다(웃음).
11년은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 보디빌딩이 가장 정직한 운동이란 것을 증명한 방승휘. 사진=이일영 PD
그럼 최근에 가장 효과를 본 팁이 하나 있다면 독자들에게 알려달라
우선 식단 조절법은 각자 체질이나 성향에 맞게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신한테 가장 맞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엔 대회를 준비할 땐 탄수화물 섭취량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편이다. 대회가 임박할 때까지 섭취량을 점차 줄여간 이후 2~3주 전부터는 아예 끊는다. 그때부턴 단백질 위주로만 먹는다.
혹시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침에 소화가 느린 종류를 매우 소량으로 먹는 편이다.
대회 수상 이력이 정말 많은 편인데, 그랑프리는 참 어려웠다
그러게 말이다(웃음). 첫 그랑프리를 계기로 더 느낀 게 있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거다.
어째서?
이번 대회 전까진 그랑프리 결정전에 진출해도 의욕이 너무 앞섰다. 그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았다.
또 그랑프리에 오르지 못한 이후 받은 실망감이 너무 컸다. 그게 장기적으론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
‘서울특별시장기’는 다른 대회와는 어떻게 달랐나
그랑프리 무대에 오르는 순간, 최선을 다했다. 동시에 마음을 비웠다.
?
‘이번에 (그랑프리가) 안 돼도 괜찮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야’란 생각으로 경기를 치렀다. 그 덕분에 컨디션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대회를 앞두고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다른 대회와 달리 유산소 운동량을 많이 늘려 봤다. 기존엔 하루에 2시간 반 정도 유산소 운동을 했다면, 이번엔 평균 4시간 정도 했다. 그걸 통해 반드시 근력 운동만 많이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엔 흘린 땀이 결과로 돌아왔다
(고개를 끄덕이며) 꾸준하게 계속하는 것. 그게 계속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비결인 것 같다. 막상 대회를 앞두고 감량을 할 때면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나’란 의심도 든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조금씩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그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였던 거다.
방승휘의 사랑,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
▲ 제29회 서울특별시장배 보디빌딩대회 비키니 피트니스 -160cm 체급 2위에 오른 박은정은 방승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진=이일영 PD
운동하기 싫을 땐 없나
하하하. 물론 있다. PT 스튜디오 매출이 잘 안나온다거나(미소), 회원들과 갈등이 생기면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럴 땐 그 좋았던 운동이 싫어지기도 한다. 생업이면서 동시에 대회 준비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때도 있다.
일, 꿈, 취미가 같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탈출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이번 대회 비키니 피트니스 –160cm 체급 2위에 오른 박은정 선수가 힘을 많이 불어 넣어줬다. 여자친구이면서 같은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는 직장 동료이기도 하다. 대회도 함께 준비하면서 힘들 때 격려를 많이 해줬다. 내겐 소중한 사람이다.
방승휘의 말처럼 그랑프리 결정전이 치러지는 동안 관객석엔 누구보다 더 큰 목소리로 그를 응원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방승휘와 함께 같은 대회에 출전했던 비키니 피트니스 선수 박은정이었다.
박은정은 남자친구인 방승휘가 ‘서울특별시장기 대회’ 그랑프리에 오르자 마치 제 일처럼 기뻐했다.
“승휘야, 너무 축하해. 그동안 노력한 것들을 통해 결실을 보게 돼서, ‘세상 누구보다 가장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어.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
벅찬 기쁨과 감동 탓인지 축하인사를 하는 박은정의 목소리는 떨렸다.
방승휘가 챔피언의 자리를 얻기까지 수많은 시간 동안 흘린 땀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박은정은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또 열정적으로 대회를 준비한 사람”이라고 남자친구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은정은 “(방)승휘가 정말 오랫동안 대회를 준비했다. 먹는 것도 진짜 좋아하는데(웃음), 그 긴 시간 참으며 열심히 운동을 한 것”이라며 그간의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가장 곁에서 그 순간을 모두 지켜봤기에, 마음을 졸인 때도 있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상도 있었는데, 병원에 갈 시간이 부족해서 통증을 참으면서 계속 운동을 하더라. 그걸 지켜보는 여자친구 입장에선 마음이 많이 안타까웠다.
그래선지 대회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내가 무대에 선 것처럼 떨렸다. (방)승휘가 노력했던 순간이 머릿속에 다 스쳐 지나갔다. 이번만큼은 그랑프리를 받아서 힘들었던 일들이 한 번에 잊히지 않을까? 비록 짧은 순간이라도 말이다.”
박은정은 무대 위 방승휘와 함께 울고 웃었다. 이젠 그런 그녀도 그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사람인 동시에, 함께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다.
“(방)승휘는 연륜과 경력이 쌓여서 늘 우승과 그랑프리를 노리는 선수가 된 것 같다. 그런 승휘를 보며 욕심이 생긴다. 같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선수의 세계'가 얼마나 힘든지, 정상에 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게 됐다. 승휘가 세계적인 선수가 됐으면 한다. 나 또한 그랑프리에 오르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 방승휘는 타고난 엘리트 선수들과 비교하면 먼 길을 돌아왔다. 하지만 단 한 순간도 한 눈을 팔지 않았기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방승휘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사진=이일영 PD
박은정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 남자친구이자, 선배로서 화답 해 줄 수 있을까.
(지긋이 웃으며) 우선 ‘옆에 있어 줘서 항상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여자친구가 지난해부터 대회에 나가서 입상했던 적도 있고 못 했을 때도 있었는데, ‘성적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꾸준히 하다 보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란 조언을 하고 싶다. 노력하면 언젠가는 꼭 이뤄진다. 나처럼 말이다.
김원익 기자 (one.2@foodnam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