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문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식으로 인터뷰이(interviewee)의 솔직 담백한 매력을 톡톡히 털어볼 생각이다. <편집자 주>
## 개근질닷컴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를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48회 MR.YMCA’ 여자 피지크 종목 우승자 정혜원입니다~~와! (자체 박수)
# 베테랑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수상 이력이?
그건 아닌데요.
#아, 네;;
▶2017 이전 -> 일반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했지만 병풍...하하하.
▶2017년 그랑프리 3관왕! 종목 1위 2회!
파주시보디빌딩대회 그랑프리
용인시보디빌딩대회 1위 (타 종목 선수와 경합해 비키니 피트니스 선수한테 졌음)
고양시보디빌딩대회 그랑프리
서울특별시장배대회 1위 (그랑프리 없었음)
시흥시보디빌딩대회 그랑프리
▶2018년
광명시보디빌딩대회 그랑프리!
48회 MR.YMCA대회 여자 피지크 OPEN 우승!
# 언제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했나요.
운동은 과거부터 쭉 했지만, 취미로 하는 정도였어요. 본격적인 선수로 대회에 출전한 건 이제 4년 차입니다.
▲ 트레이너로 제2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정혜원. 사진=정혜원
# 어떤 일을 하는 지도 궁금합니다.
예전에 15년 정도 여행사에서 근무했었고요. 현재는 인천 계양구에서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 제48회 YMCA 대회에서 멋진 근질을 선보여 피지크 OPEN 1위에 오르셨습니다. 소감 들어볼게요.
요즘 너무 행복하고^^.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하하하!
# 각 시도 보디빌딩 지부 베테랑 임원, 다른 선수들이 정혜원 선수를 보고 이러던데요. “와 저 선수 진짜 대단하다. 진짜 챔피언이다.” 제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이런 평가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많이 부담되죠. 우선 그런 기대에 앞으로 계속 부응해야 하고, 제 만족을 위해 또 (계속) 달려야 하니까요.
이 운동은 만족이 없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내려올 때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이라고 매번 그렇게 또 막 후회하는 것처럼요.
# 남자 선수에게서도 보기 힘든 근질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비결 있으면 우리도 쫌!
음. 우선 비결...
그런 건 없고요 ㅎㅎㅎ
가장 중요한 건 나름 규칙적인 생활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아요. 물론 재미는 없지만요. 제 일상은 센터근무->운동->센터근무->운동밖에 없습니다.
술 한 방울도 안 먹는 거 하고요ㅎㅎㅎ
참,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셨는데 50세에도 복근하고, 몸 전체 근질이 장난 아니셨어요. 감사하게도 그걸 물려 주신 것 같습니다.
▲ 남자 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정혜원(오른쪽)의 데피니션. 사진=이일영 PD
# 특히 복근, 어깨, 팔의 데피니션이 완벽했습니다. 그런 부위는 도대체 어떻게 운동하나요.
데피니션은 많은 근육이 만들어진 후 ‘지방 컷팅’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근육을 만들고 체지방을 감량하는 순이죠.
다들 똑같이 하시겠지만. 집중하고, 또 저 자신을 고립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센터에서 둘, 혹은 여럿이서 운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참 신기해요. 집중이 되나요?
# 피지크 선수는 다른 여성 종목 선수보다 더 혹독하게 체지방을 줄여야 하잖아요. 대회 준비하는 게 정~말 힘들 것 같은데요. 식단하고 대회 맞춤 운동, 조금만 알려주세요^^
저는 비시즌과 시즌이 15kg 차이가 나요 ㅎㅎㅎ
식단은 대회 대비해서 두 달 정도 준비합니다. 그리고 시합 2주 전까지 아몬드를 많이 먹습니다. 일주일에 800g 한 봉지 뚝딱!
대회 맞춤 운동은 따로 없어요. 비 시즌에 엄청 많이 먹고, 일년 내내 운동합니다.
# 요즘 특히 많은 여성들이 근력 운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근육 만드는 건 늘 어렵잖아요. 전문가 입장에서 여성들에게 근력 운동이 좋은 이유가 뭔지 말씀해주세요.
근력운동의 장점은 수도 없이 많죠. 우선 젊은 여성분들은 다이어트에 탄력까지!
갱년기 여성분들은 근력 향상은 물론, 아픈 곳까지 싹 낫게 하는 마법 같은 운동입니다.
단, 지도자를 잘 만나야 합니다^^ (=정혜원)
▲ 인생의 가장 힘든 수렁을 운동을 통해 극복했다. 이제 정혜원(가운데)은 긍정과 노력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사진=이일영 PD
# 여성 선수들은 생업, 가정, 운동까지 모두 잘 지키고 잘 해내는 ‘슈퍼 우먼’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정혜원 선수도 어려움이 많죠?
아~우선 왠지 모를 죄책감 같은 게 항상 있죠. 또 내가 챙겨 먹는 보충제만큼이나 가족들 건강도 챙겨야 하고^^.
나는 닭가슴살, 고구마를 먹으면서도 가족 먹을 음식은 해야 하고 ㅎㅎㅎ
# 정혜원 선수의 서포터를 한 번 언급해 볼까요?
물심양면 지원해주는 남편 김선태씨(자칭 매니져)
‘왕 카리스마’로 가끔 정신 번쩍 들게 해주는 엄마 김경희 여사님.
사랑스러운 조카 윤서와 준우, 여동생 정유진, 제부 이원영. 이분들이 다 제 서포터죠.
# 운동 동생, 언니, 오빠도 빠지면 섭섭하죠.
‘2016년 YMCA 대상’ 윤재군 교수님. 정정모 코치님, 채봉수 선수. 늘 감사합니다^^
# '중년의 나이에 참 멋진 인생을 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운동은 정혜원 선수를 어떻게 바꿔놨나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땔 슬기롭게 잘 넘겼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겨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정혜원’이 됐습니다.
# 성공을 위해 가져야 할 소양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는 것'이다. 정혜원 선수가 보내온 메일의 글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 중 가장 진지하게)
젊은 날. 참고, 인내하지 못해서 잃은 것들이 많았어요.
직장 힘들다고 박차고 나온 일, 부모님께 고액의 학원비 받아서 배운 기술을 트레이닝 단계에서 적성에 안 맞다고 그만 둔 일 등등.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제가 당시 다녔던 곳은 꽤 괜찮은 회사였고, 그 때 돈 들여 배웠던 것들은 지금도 유망한 기술이었다는 걸. 다 지난 후에 알았죠.
그 후로 저 말이 제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그럼 정말 편하게 얘기할게요.
경기 때 종종 ‘대회 주최 측으로부터 비키니 피트니스 선수와 비교해서 홀대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 여자 피지크 선수들끼리 이런 얘기 (되게) 많이 해요 ㅎㅎㅎ
가뜩이나 여자 피지크 선수들은 전향하거나 해서 줄고, 안 그래도 또 많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아무튼 기사 읽으시는 우리 독자분들이나 대회 관계자분들! 여자 피지크 선수들도 다른 종목 선수들처럼 많이 사랑해 주세요^^
정리: 김원익 기자(one.2@foodnam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