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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정, 韓 최초 ‘올림피아 피규어 본선’의 여정 Pt.1

등록일 2020.01.15 16:49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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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병정 기자

 

[개근질닷컴] 2019년 9월 안다정은 한국인 최초로 올림피아 프로 피규어 본선 무대에 올랐다. 모든 보디빌더들의 꿈인 올림피아 프로 무대. 한국 여성 보디빌더가 단 한 명도 넘지 못했던 철옹성을 깬 것과 동시에 당당히 세계 선수들과 겨룬 것은 이미 기념비적인 역사다.

 

이 역사적인 순간은 그녀 혼자의 노력으로만 가능하지 않았다. 그녀의 남자친구 허재우가 없었다면 안다정은 아마 ‘올림피아 무대에 선 그 순간’을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안다정은 이런 영광을 오롯히 귀한 그 인연에게로 돌렸다. 

 

이런 그들의 인연은 2년 전 시작된다. 당시 안다정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꼭 뛰고 싶었던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고난을 겪고 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때. 운명처럼 그의 짝이 될 허재우가 찾아왔다.

 

“다정이의 상황이 가슴 아팠다. 내가 지금 바로 금전적인 도움은 못 주지만 다정이를 명예스러운 자리에 올라가게 만들고,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끔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허재우의 다짐은 그저 생각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다짐을 실현하기 위해선 안다정의 훈련 과정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을 필요가 있었다. 이때문에 허재우와 안다정은 센터를 오픈하고 트레이너 일과 운동을 병행하며 꿈을 키워나갔다. 돈이 있어서 시작한 사업은 결코 아니었다. 꿈을 좇는 과정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일에 몰두했고 훈련에 매진했다.

 

준비된 자에겐 기회가 왔다. 안다정은 1년 후 프로 머슬 콘테스트 베트남에서 피규어 종목 프로카드를 획득했다. 곧바로 4개월 뒤 루마니아에서 프로쇼에서 1위를 차지해 올림피아 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둘은 서로를 믿고 꿈을 키웠다. 꿈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그들은 어려웠다. 후원사나 스폰서 하나 없이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누비는 올림피아 입성을 맨손으로 일궈냈다.

 

그들이 겪은 여정은 올림피아란 무대를 향해 꿈을 키우는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하나의 롤모델일지 모른다.

 

“외국 선수들을 보고 그저 ‘와!’라는 감탄사만 나왔다. 근데 내가 그 선수들을 보면서 하는 반응을, 반대로 다른 선수들이 내 몸을 보면서 하더라. 그게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죽도록 노력하면 언젠간 인정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허재우와 안다정. 사진=김병정 기자

 

한국 선수 가운데서 최초로 올림피아 본선 피규어 종목에 출전하는 역사를 새로 썼다. 두 분이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재우(이하 재):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서로 알곤 있었다. 그리고 대회장에서 아는 지인들이 겹쳐서 오다가다 보다 보니 친해졌다. 경기 후 단합 등을 하다 보니 친해졌고 내가 먼저 좋아하게 됐다(웃음).

 

코치가 아닌 남자친구로 먼저 만난 건가

 

다정(이하 다): 재우를 만나기 전까지 그냥 혼자서 운동을 했다. 보조해줄 사람도 없었고 대회를 나갈 때도 체계적인 계획이나 준비 없이 나갔다. 그저 대한보디빌딩협회 산하 대회에서 뛰고 있는 친한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혼자 운동했다. 사실 당시엔 유산소운동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고 무조건 부딪쳤지만 결과는 잘 나오지 않았다. 재우를 만나고부터 진짜 보디빌딩이라는 운동을 시작한 것 같다.

 

재: 물론 만나자마자 다정이의 운동을 도운 건 아니다. 사실 이렇게 흘러오게 된 이유가 있다. 처음 만났을 당시엔 다정이가 연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연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니, 어떤 상황이었나

 

재: 과거에 다정이는 한 센터의 관리자로 있었고, 그 당시 운영자였던 대표와 연인사이였었다. 그 대표가 센터를 확장하겠다고 다정이의 명의를 통해 돈을 빌렸고 그 사업이 잘 안됐다. 그리고 그 상황을 혼자 독박 쓰게 됐다. 그 대표와 연인 관계는 끝났지만, 센터는 자신이 책임지고 계속 유지하려 했다. 그래서 정작 자신은 돈 한푼 못 가져가면서 6,7개월 간 직원들의 월급을 혼자 힘으로 책임지고 있었다.

 


▲ 사진=김병정 기자

 

혼자?

 

다: 센터 직원들의 급여 지급은 당연히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멈추는 순간 센터도 멈추는 것이고, 고객들과 신뢰도 잃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내가 모아뒀던 돈을 쪼개 월급을 지급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완전히 바닥났다. 당시 NABBA 유니버스 대회 출전을 생각했었는데 경비 200만 원이 없어서 나갈 수 없게 되더라. 내 명의로 말도 안 되는 빚이 쌓여있었고, 대회 출전도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진짜 안 좋은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재우가 등장했다.

 

재: 그때 다정이는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끝없이 다가가고 구애했고 결국 만남이 시작됐다. 사귀고 나서 다정이의 사연을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단돈 얼마 때문에 목표인 대회 출전까지 포기했다고 듣고 나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내가 과연 이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했다. 그때 ‘비록 내가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내 노력과 공부했던 것들을 이 사람에게 적용시켜 좋은 선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바로 금전적인 도움은 못 주지만 다정이를 명예스러운 자리에 올라가게 만들고, 그 자리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게끔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때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재: 그리고 더 얘기하다보니 다정이가 해외여행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가까운 일본이라도 가보자고 제안했다. 그 여행 첫날, 다정이가 어떤 식으로 운동해왔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얘기를 들으면서 혼자 속으로 ‘내가 계속 이 친구의 조력자 역할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선수로서 다정이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이후로 24시간 같이 있으면서 식사부터 운동까지 같이했다. 코치이자 연인으로. 그 부분에 있어서 다정이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근데 잘 믿고 따라와 줘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 사진=안다정 인스타그램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친구로서는 더 바랄 나위가 없는데. 과연 허재우는 스승으로선 어떨까?     

 

다: 재우가 너무 장난끼가 많아서 처음엔 믿음이 가지 않았다(일동 웃음). 재우를 알기 전 *서진이를 먼저 알고 있었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라서 당시엔 여러 선수와 친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서진이는 알고 있었는데, 걔가 어느 날 인스타 라이브를 틀더라. 방송을 켰는데 서진이와 재우가 같이 방송을 하고 있었다. 재우가 대회를 준비하던 시기라 몸이 꽤 나와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바지를 내리고 다리 근육을 짜내더라. 그 라이브를 보면서 ‘제정신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그게 재우를 본 첫인상이었다.

 

*함서진-아시아 그랑프리 프로 퀄리파이어에서 클래식 피지크 프로 카드 획득

 

분명 남다른 첫인상이다(웃음).

 

다: 하지만 운동할 땐 정말 진지했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모습도 감동이었다. 그리고 운동선수로서 배울 점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조건 믿고 따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본 여행을 갔다 왔는데 재우가 혼자서 모든 계획을 세워 놓았더라. 그리고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줬다. 충격적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부끄럽게도 당시엔 올림피아가 무엇인지, IFBB는 또 무엇인지를 정말 하나도 몰랐다(웃음),

 

대회나 단체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지식도 없는 상태였나?

 

다: 그렇다. 나는 운동이 좋았지 어떤 선수가 유명하고 보디빌딩엔 어떤 단체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재우를 만나고 내 인생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그저 내가 관심 있는 종목에 유명 선수들 정도 알았고, 대형 선수들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다. 한 예로 세계적인 보디빌더인 카이 그린이 몬스터짐에서 연 올스타 클래식에 온다니까 재우는 난리가 났는데, 나는 ‘그게 누군데?’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재우가 ‘뭐?’ 라면서 깜짝 놀라더라(웃음).

 


​▲ 사진=김병정 기자

 

그런 상태였던 이가 결국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서는 올림피아 프로 무대까지 올랐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다: 아까 말했지만 2017년 나바 유니버스 대회 2주를 앞두고 돈이 없어 출전하지 못했다. 200만 원을 줄 테니 꼭 출전하라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런 부담까지 주고 싶지 않아 포기했다. 실은 앞으로 선수로 뛸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재우를 만나 다시 운동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재: 일본에 갔다 온 시기는 2017년 여름이었다. 이후 1년 장기 목표를 가지고 준비했다. 어느덧 1년이 지나 2018년 여름에 ‘이제 슬슬 대회 준비를 위해 컷팅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문자가 왔다.

 

어떤 문자?

 

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WFF 유니버스 대회 참가 신청을 오늘 마감한다’라는 문자였다. 그 문자를 받는 순간 꼭 출전시키고 싶어졌다. 급하게 준비해도 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마감 문자를 받으니 꼭 나고 싶었다. 그 연락은 받은 게 6월 초였고 유니버스 대회는 7월 1일이었다. 시간은 촉박했지만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참가서를 넣었다. 애초에 본격적인 대회 출전 계획은 그 대회 후인 머슬 콘테스트 베트남이었는데 그 사이에 유니버스 대회 출전을 통해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8 WFF 유니버스 출전을 하게 됐나

 

재: 3주 동안 준비해서 유니버스에 출전 시켰다. 그땐 나도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얻고 기분 좋은 상태로 한국에 돌아왔다. 다정이는 동남아 팬덤까지 생기기도 했을 정도로 많은 것은 얻은 대회였다. 돌아와서 쉬지 않고 바로 피트니스스타 인천 대회에 참가했다. 부종이 심해 3일 동안 부랴부랴 부종을 빼고 나간 기억이 있다.

 

해외 대회를 뛰고 왔으니 피스 인천은 출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재: 우리가 피스 인천을 나간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 대회는 그랑프리에게 100만 원의 상금을 줬는데 우린 그 돈이 필요했다. 다정이를 만나고 핵짐이라는 센터를 차렸다. 돈이 있어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다. 단지 우리가 대회 준비를 위해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열심히 하면 월세와 식단 값은 벌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센터를 차렸다. 그렇게 일해서 월세를 갚고 아침, 저녁, 새벽까지 운동했다. 그때 100만 원이란 대회 상금은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유니버스 출전도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서 할 수 있었으니까.

 


▲ 허재우와 같이 시작한 센터에서 몸을 점검하는 안다정. 사진=안다정 인스타그램

 

그래서 결과는

 

재: 다정이가 나간 종목은 피규어였고 나는 3개 종목에 출전했다. 다행히 나는 3개 체급 우승과 두 개의 그랑프리, 다정이도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그렇게 300만 원을 모아 그달 월세를 갚았다. 수업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센터 월세, 생활비, 대회 준비 비용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항상 마이너스일 때가 많다.

 

다: 유니버스 대회를 나간 이유 중 또 하나는 2017년 같은 대회에 돈이 없어 나가지 못했다는 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우의 도움으로 2018년엔 출전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원을 풀었다. 재우가 그때는 ‘몸이 나왔으니 한번 가볼까?’라고 태연하게 말했기 때문에 그렇게 스케쥴을 짜고 있는지를 전혀 몰랐다.

 

재: (웃으며) 이게 내가 생각하는 ‘다정이 사용법’이다. 다정이는 내가 어떤 계획을 말해주면 미리 걱정부터 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좋게 말하면 겸손이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다정이 스스로가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획을 같이 세우지 않고 내가 먼저 출전 계획을 세워놓고 서프라이즈로 대회를 준비했다. 그렇게 유니버스 이후에 프로 카드가 걸려있는 머슬 콘테스트 베트남에 출전했다. 다정이는 피지크와 피규어 두 종목에 참가 신청서를 넣었다.

 

두 종목에 출전한 이유는 뭔가    

 

재: 다정이가 어떤 무대에 더 적합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또한 피규어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피지크에서도 충분히 두각이 나타나겠다고 생각했다.

 

다: ‘프로 카드를 무조건 따야 겠다’는 생각으로 출전하진 않았다. 그냥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고 프로 카드가 걸려있으니 선수들 기량이 기대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곤 무대 전에 피지크 선수들의 몸을 봤는데 그저 ‘와!’라는 감탄사만 나왔다. 근데 내가 그 선수들을 보면서 하는 반응을 다른 선수들도 똑같이 내 몸을 보면서 하고 있더라. 그게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죽도록 노력하면 인정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피규어에서 프로 카드를 받고 참가한 두 종목 다 1등을 했다.

 


▲ 머슬 콘테스트에서 허재우와 안다정. 사진=안다정 인스타그램

 

역시 대단하다. 외국 채점 방식은 한국과 같았나

 

재: 분명 다른 부분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현재 한국의 채점방식은 대한보디빌딩협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보협 경기 체급은 5kg씩 나누어져 있다. 그래서 실업팀 선수들은 본인의 성적을 위해서 베스트 컨디션의 체중보다 줄여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는 ‘빼는 다어어트가’ 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에 데피니션에 치중하게 된다. 근육의 질감을 다이어트 상태로 판단하기 때문에 해외와 채점 방식이 다른 부분이 있다. 해외는 그런 점에서 다르다. 나도 엘리트 선수로 시작하고 꿈을 꿨지만, 외국 선수 기준을 보면서 몸을 키웠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외국대회 기준에 맞춰서 다정이를 준비시킬 수 있었다. 물론 남녀의 차이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기준은 똑같다고 생각하고 운동을 도왔다.

 

이후 프로쇼를 출전하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다: 프로카드를 따고 나서 제대로 관심 두고 프로 선수들을 눈여겨 봤다. 모티베이션(Motivation)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생겼고 그 선수들과 꼭 무대에 서고 싶다는 동기가 강하게 들었다. 8월에 프로 카드 획득 후 귀국하고 얼마 이따가 *라토야 와츠(Latorya Watts)의 세미나가 한국에서 열렸다. 세미나 접수할 당시엔 프로 카드가 없었지만 세미나 직전에 프로 카드를 획득해 프로의 자격으로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 세미나는 내게 큰 자극을 주었다.

 

재: 사실 다정이가 프로 카드를 따게 되어서 11월에 루마니아에서 열리는 프로쇼에 출전시키고 싶었다. 근데 베트남 대회까지 너무 달렸기 때문에 다정이의 심신이 지쳐 있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길래 ‘너의 의사가 중요하니까 좀 더 생각해봐’라고 얘기했다. 근데 세미나를 갔다 오더니 프로쇼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프로 쇼가 3주밖에 남지 않은 너무나도 늦은 상태였다(일동 웃음). 다정이는 결정할 때 고민이 너무 많은 타입이다.

*라토야 와츠-2015, 2016 올림피아 피규어 챔피언

 


▲ 사진=김병정 기자

 

3주면 프로쇼를 준비하기에 정말 촉박한 시간 아닌가?

 

재: 그렇다. 정말 힘들었다. 당시 다정이는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로(웃음) 준비가 안 된 몸 상태였다. 3주 동안 지금까지 운동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계획을 짰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시행하지 못한다면 프로쇼에서 우승은 꿈도 못 꿀 상황이었다. 솔직히 3주 안에 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반대로 불가능한 훈련 스케줄을 해내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지옥 같은 훈련이었다(웃음). 그 훈련을 3주나 해냈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루도 빠짐없이 다리, 등, 다리, 등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루틴을 짜고 저녁에는 상체운동을 번갈아 하면서 휴식 시간 없이 운동했다. 휴식은 정말 중요하지만, 당시엔 휴식을 미루고 훈련에 임했다. 대신 루마니아에서 도착해서 3일 정도 푹 쉬었다.

 

그 전략은 통했나

 

다: 감사하게도 통했다. 루마니아에서 열린 대회는 2018년 마지막 프로 쇼였다. 그 종목에 출전 프로 선수가 30명이 넘을 정도로 정말 많은 선수가 무대에 올랐다. 정말 힘들었던 게 루마니아 직항이 없어 경유하고 열 몇시간 동안 이동해서 현지에 도착하는 과정 자체였다. 밴딩 상태로 식단을 조절하면서 18시간의 비행을 견뎌냈다.

 

재: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한겨울이더라. 근데 슬리퍼를 신고 갔다(웃음).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가볍게 운동하고 대회 날까지 계속 누워서 쉬었다. 욕창이 생길까 걱정할 정도로 누워있었다(일동 웃음).

 

다: 재우는 피곤할 때 코를 고는데 내가 그 소리 때문에 행여나 잠을 못 잘까 봐 잠들 때까지 로비에 나가 있었다. 정말 감사한 부분이 많다.

 


▲ 2018 루마니아 프로쇼 당시 바디 컨디셔닝. 사진=안다정 인스타그램

 

국제무대에선 특히 유전적인 요소 때문에 유럽권 선수들의 기량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프로쇼에서 유럽선수들과 경쟁한 소감은 어땠나

 

다: 실제 내 매스가 가장 작았다. 계측할 때도 유럽 선수들이 나를 신기하게 보더라.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서 비키니 선수냐고 묻기도 했다(웃음). 그리고 그 직전해 올림피아에 나갔던 선수들이 여섯 명이나 있었다. 정말 우승은 생각도 안 하고 ‘후회 없이 경기하고 오자’고 생각만 했다. 실제로 난 첫 ‘프로 쇼’이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었다. 그저 나에게 연예인 같은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재: 다정이는 우승은 생각도 안 했다고 하지만 나는 대회 준비를 시키면서 다정이의 몸을 보고 우승을 확신했다. 루마니아 가기 전에 출전 명단이 떠서 내가 하나하나 선수들을 모두 분석해봤다. 그리고 다정이가 이길 것 같은 상대는 엑스(x)로 표시했는데 체크해보니 전부 다 엑스였다. 그래서 기대와 자신감을 안고 경기를 지켜봤다.

 


▲ 센터에 서 있는 안다정. 사진=안다정 인스타그램

 

그래서 결과는

 

다: 내가 제일 매스가 작다고 느꼈는데 무대에선 가장 커 보이더라. 균형미, 자연미 등 모든 부분이 다른 선수보다 앞섰다. 프로 쇼에서 예선, 본선이 있는데 예선을 마치고 내려오니 재우가 ‘됐다, 됐어’라면서 울더라. 정작 나는 이제 본선 무대가 남았는데 왜 벌써 그러냐고 타박했다(웃음).

 

재: 프로 쇼에서 센터콜(Center Call)은 1등을 의미한다. 다정이는 그런 걸 몰랐기 때문에 의아해하고 있었다. 왜 김칫국부터 마시냐고 나를 혼내더라(웃음). 난 그저 잘했다고 말했다.   

 

* 프로쇼에선 경기 중 선수의 자리 위치가 가운데로 불리면 높은 순위에 올랐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5명이 호명되고 그 중 가운데 자리에 배치된다면 1등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안다정과 허재우의 올림피아 여정은 파트 2 '에서 이어집니다.

 

허준호 (hur.jh@foodnamoo.com) 기자 
<저작권자(c) 개근질닷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등록 2020-01-15 16:49:27 
허준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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